힘든 일을 겪고 마음을 추슬렀다. 일어나서 걸음을 뗐다. 무거운 걸음이었지만 다시 걸으니 괜스레 힘이 나서 흥얼거렸다.
“나 이제 다 극복한 것 같아”
내 말을 가만히 듣던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나는 힘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더 큰일이 날 기다리고 있더라. 인생의 진리인가 봐.”
친구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면서 기분이 상했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선배들은 늘 비슷한 말을 하곤 했다.
“회사는 늘 어려웠고 목표는 점점 높아져.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야.”
그러고 보면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그들의 말대로 지나온 일보다 더 큰 목표가 내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목표는 너무 막막해서 어쩔 땐 길목을 막아선 장애물처럼 보이곤 했다. 산 넘어 산이라니. 나이를 먹을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이 인생의 목적은 도대체 무어란 말일까.
시간이 날 때마다 불쑥 끼어들어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질문에 꽤 괜찮은 대답을 해준 노래 구절이 있다. 아비치의 Wake me up이라는 곡이다.
Life is a game made for everyone. and Love is a prize.
노래 구절을 한 번 더 곱씹어보니 의문이 조금 풀렸다. 인생은 게임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만큼 우리의 능력치도 강화되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태어나서 두 발을 딛고 걸음마를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기적인 존재였다. 그 존재들이 이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신발 끈을 묶게 되었고 공도 찰 수 있게 되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으로 칭찬받던 우리는 이제 스스로 돈도 벌고 가성비를 따지며 물건도 산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고? 서로 능력치가 다를 뿐 그렇다고 게임 끝나는 게 아니다. 그 게임의 주인공은 나 한 명이다. 다른 사람의 능력치가 나보다 세다고 내가 죽지 않는다. 우린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마다 물론 더 큰 장애물은 있을 것이다, 라이프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치명적인 순간도 오겠지만 사랑이라는 보상으로 라이프를 채워나가면 된다. 이 사랑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일이기도 하고, 고된 하루를 마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을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떨 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것이며 친구와 끝나지 않을 수다를 떠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이 게임과 같은 것이라면 어쩌면 인생의 목적도 그 자체 이진 않을까? 한 명이 주인공인 게임에서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끝판을 깨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눈앞에 사과가 있으면 점프를 해서 사과를 따먹고 그러다가 물웅덩이에 빠져 포도를 놓치기도 하는 것. 그리곤 운 좋게 더 높은 점프로 오렌지를 얻기도 하는 것. 게임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처럼 ‘인생’이라는 주어에 어울리는 동사도 ‘즐기다’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