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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리 Jun 07. 2020

일요일 아침에는 <월든>을 읽는다

#독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사둔 지 꽤 오래됐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았다. 읽다 말다 읽다 말기를 반복했다. '간소하고 담백하게 살자'는 메시지야 좋지만, 아마도 그 때문에 이 책을 몇 년째 품고 있는 것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월든>은 약 170년 전쯤 미국에서 홀로 호숫가에 들어가 자발적 고립을 택해 살았던 소로우의 '자연 일기'라서다.  


숲, 호수, 농장, 동식물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좀, 한가한 소리 같았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처럼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단순한 삶'이라면 몰라도 170년 전 미국이라니, 글쎄. 그래도 뒤적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은 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남의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려하게 과시하며 돌아다니기보다는, 우주를 창조한 분과 함께 거닐어보고 싶다. 이 들떠 있고 신경질적이며 어수선하고 천박한 19세기에 사는 것보다는 이 시대가 지나가는 동안 서 있거나 앉아서 생각에 잠기고 싶다."

 

#삶

오늘 아침, 이상하게 이 책이 떠올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소로우의 진가는 다른 데 있다는 걸 알았다. 자연 속에서 홀로 고립돼 살던 그가 볼 일이 있어 마을에 갔다가 체포됐다는 일화를 읽고 나서다.


"인간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축처럼 매매하는 국가는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없었고, 그러한 국가에는 세금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흑인 노예 제도에 대해 반대했던 그는 항의의 표시로 세금을 내지 않았고, 체포된다. 그런데도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으며 추후 <시민의 불복종>이란 제목의 글을 잡지에 기고한다. 한가한 소리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자신이 믿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사람이구나. <월든>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그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든다.


생각할수록 멋진데?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니, 더욱.

채식주의에 대한 글도 썼던데 이쯤 되면 '힙스터'다.


#확신  

살펴보니 소로우가 <월든>을 펴냈을 때 내 또래였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것에 이토록 자기 확신을 가지고 쓸 수 있느냐다. 나는 갈수록 모든 것에 대하여 더 모르겠는데. 갑자기 되게 부끄럽네.  


일요일 아침에는 <월든>을 읽기로 한다. 당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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