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리뷰 (하) -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상연의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늦었다

by 회복하는돌

외딴섬처럼 살아간다는 것

내 무의식에는 두려움이 있다. 깊은 관계나 사랑이 두렵다는. 그러나 누구보다 그것을 갈망한다는.

아무에게도 온전한 나를 이해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주 오래 나를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 속 상연의 마음이 더 절절하게 와닿았다. 상연 또한 외로움이 사무치는 그때마다 되뇌었을 것이다. 나를 나만 믿고 살아갈 거고, 사랑할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고. 그렇게 독하게 마음을 먹고, 돈을 벌고 단칸방에서 자며 상연은 버텼다.


그리고 상연은 결국 실패했다. 스스로를 구원하고 혼자 서는 일에. 상연은 자신이 은중이 될 수 없음에 절망하고, 왜 은중 곁에만 사람이 많은 것인지 분노한다.


나는 상연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깊은 애정이 너무도 두렵지만 또 갖고 싶고. 그러나 나는 월드컵을 보고 열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외롭게 하고, 자처한 것임을 알면서도 주변을 탓한다. 그렇게 외딴섬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나는 정말로 잘 알고 있다.



상연의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늦었다

그럼에도 상연은 지나치게 폭력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폭력성에도 공감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너는 착하지 않냐며 은중에게 악을 쓰는 모습.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니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악하는 그 마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는 상연을 보기가 힘들었지만, 이해가 안 가는 마음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받는 게 자연스러운 타고난 사람들은 이길 수 없다고 여기는 그 자기 연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라서.

단순히 상연이 불쌍해서 아파서 좋았던 게 아니라 누구보다 그러한 늪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라서 마음이 쓰였다.

그럼에도, 상연은 멈췄어야 했다. 사실 언제든 멈출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은중의 말을 무시하고 대화에서 배제시키고, 김상학을 만나지 말라고 협박하고, 업계에서 손을 떼게 하는 그날에 이르기까지. 물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멈출 수 없었기에 그녀가 상연이겠지만.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혀 타인의 삶까지 조종하려는 그런 자잘한 행동까지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용서와 사랑이라는 주제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은중이 가스라이팅 피해자가 될 수 있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중은 언제든 떠났어도 괜찮았다.

마지막 은중의 선택을 그저 웃으며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은중은 심지가 곧은 사람으로 남았다. 끝내 상연에게 삼켜지지 않은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