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흐르는 밤들>
링겔을 꽂고 누운 할아버지
손녀딸은 좀 괜찮냐고 물어볼 때
온 마음 다해 괜찮지 않다고
세차게 가로젓는 고개를
용기라 부를 수 있다면
흐르듯이 살아도 괜찮다고
아가, 부디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해주던 당신은 어디로 흘러갔나
낡은 수도 끝의 녹물로
창 위로 떨어지는 세찬 빗방울로
혈관으로 스며드는 투명한 링겔 방울로
어느 것 하나 괜찮지 않은 밤
아무도 다녀가지 않는 방에 누웠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주어진 공간을 반만큼만 살아가면서
반쯤은 그냥 흘려보내면서
그때 당신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는데
창밖에는 부서질 듯 비가 내렸다
방 안에는 목소리 대신 제습기만 웅웅대고
어디엔가 당신은 고여 버렸나
사람은 아주 소중한 걸 잃고도
끝끝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던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