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겨울=파랑>에 대한 해석 에세이
영화 <아이다호>에서 마이크는 돈을 받고 누군가와 관계를 나누는 퀴어 남성이다. 마이크는 스콧이란 친구를 사랑하지만, 스콧은 마이크의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마이크는 스콧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그러니까 나는, 돈을 받지 않고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어.
널 사랑해, 그리고.... 값은 지불하지 않아도 돼
(I love you, and you don't pay me.)
결국 스콧은 여자를 만나 마이크의 곁을 떠나버린다. 마이크가 가진 태초의 결핍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드넓은 아이다호의 길 위에서 쓰러지는 자, 사랑 앞에서 빈곤한 자, 온기를 느끼기 위해 사랑이라는 불을 필요로 하는 자이다. 그것에 불타 곧 자신이 없어질지라도.
반면 스콧은 원한다면 불을 쬘 수 있는, 불꽃이 아니라 불빛에 반응하는 나비에 불과하다.
어긋나는 둘의 마음이 굉장히 오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이다.
예전의 내가 생각하던 사랑은 불꽃놀이의 이미지였던 것 같다. 미적지근한 온기가 계속해서 남아있는 모닥불 같은 사랑은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불타오르다가 사그라드는 관계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관성으로만 유지되는 관계는 지겹게 느껴졌다. 거리유지가 없이 너무 편해지는 관계는 되려 불편해진달까.
불꽃이 튀는 걸 좋아하는데 막상 따뜻한 곳에 오래 앉아 있으라고 하면 싫어하는 어린애처럼.
이런 내 생각을 바꿔보고 싶어 이 시를 썼다. 시를 쓰며 내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불과 불꽃을 차갑게 녹여내도 사랑은 남을까?
꽝꽝 얼어붙은 손바닥을
무엇으로도 녹일 수 없는 날에는
사랑을 전부 파랑으로 바꿔 읽었다
불안을 굴리고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자
이건 믿음으로만 녹일 수 있어
내 안에 파랑이 번지던 날
눈사람이 태초의 이목구비를 갖게 되던 순간에
너는 녹아 없어져 버렸다
이 시에서, 녹아버린 것은 사랑일까 불안일까?
입김을 불어도
불어도
따뜻해지지 않는 불행이 있다
불꽃이 꺼지듯, 결국은 눈도 녹아내리는 것처럼.
사랑 또한 그러한 형체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 마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여튼, 오늘도 사랑 대신 파랑을 품에 안고 다니는 추운 겨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