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나를 비추는 감정의 법칙
나만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아픈 마음만 가지고 사는 건
도무지 불공평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볼빨간사춘기의 <나만 안 되는 연애>라는 노래 속 한 구절이다.
정말 그렇다. 헤어지고 나면 왜 나만 빼고 다 행복해 보이는 걸까.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지하철 건너편에 앉거나 선 커플이 유난히 많은 것처럼 보인다. 스킨십이라도 나누면 바로 눈살이 찌푸려져, 그냥 앉아서 눈을 감아버린다.
'나도 언젠가는 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한탄하다가도,
'아니야. 니네도 속으론 다 불행하겠지. 망해버려라.'
하고 옹졸한 마음을 품기도 하게 되는 것.
이런 찌질하고도 지난한 마음 또한 이별의 한 과정일 테다.
유독 누군가의 단점이 크게 보인다면, 내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별 일 아닌 친구의 말 한 마디도, 스치듯 넘긴 인스타그램 스토리도 다 꼴불견 같이 보인다면, 내 안의 결핍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 반복되는 이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최근에 커플 관련 콘텐츠를 내 알고리즘에서 모두 없애버렸다. 이런 회피는 분명 도움이 된다. 내 의지로 그걸 들여다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별이 아프다는 핑계로 타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을 필요는 없다.
세상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한 명 잃었다고 해서, 그게 내 전부를 잃은 것은 아니다.
사랑을 떠나보낸 나날들이 아팠던 때도 있었지만, 결국 나를 가장 사랑해줄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마음이 많이 안정되곤 했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시인의 시처럼, 인간에게는 현재의 상태를 불완전하다고 여기는 습성이 있다.
사실 인간 보편의 특성이라기보다, 감성적인 젊은이들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삶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는 청춘이기에, 우리는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하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청춘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쩌면 가장 나약하고 불안하며, 잘 흔들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불행과 가장 가깝다.
더군다나 요즘 젊은 세대가 특히 불안한 이유는 ‘자기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SNS를 통해 과잉된 정보를 접하며,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다. 쉽게 부서지고 깨지지만, 다시 일어나기도 쉬운 시기.
리고 나는 지금의 내가 변곡점에 서 있음을 느낀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붙잡고 과거를 후회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며 살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뜨거운 시기임을 인정하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현재에 만족할 것인가?
나는 후자의 삶을 택하고 싶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과 약점을 충분히 수용하되,
자책하거나 감정에 빠져 침잠하지 않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싶다.
나의 잘못으로 인해 무언가를 놓쳤다는 두려움이 들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그런 생각에 빠지는 것 자체가 내가 만든 허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마인드셋’뿐이다.
이별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그것을 괴로움으로 느낄지 성장의 기회로 삼을지는 결국 나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후회되거나, 과거의 힘들었던 순간을 자꾸 떠올리더라도
‘응, 그건 원래 내 게 아니었나 봐. 이제는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조금은 여유롭게 바라보고 싶다.
누군가가 자신의 연애를 자랑하거나, “너도 좋아보였는데 혼자가 되어서 외롭겠다”라는 말을 해도,
“난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도 이미 충분해.” 라고 대답하며 담담히 웃을 수 있는 씩씩함을 가지려 한다.
그런 말들에 ‘긁히는’ 날이 있더라도, 타인에게 쉽게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충동은 스스로 억제할 줄 아는 마음의 근력을 기르고 싶다. 나의 깨달음이 도움을 준 것인지, 최근 친한 동아리 후배가 “누나 요즘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꿈을 자주 꾸긴 하지만, 예전보다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아침저녁으로 긍정 확언을 매일 한다.
매일이 가늘고 평온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나쁜 생활습관도 조금씩 고쳐보려 한다.
아직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꿋꿋이 걸어나가보고 싶다.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짐을 견디며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당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당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을,
나는 온 힘을 다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