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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ra Sep 07. 2020

빈티지 가구 수집

나의 일과 사랑 

나를 소개하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다.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로 나이 앞자리 숫자가 4로 바뀐다. 중년의 나이를 향해 가지만 여전히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끔찍하다. 직장을 여러 번 옮겼고 직급도 여러 번 바뀌었다. 드디어 창업을 했고 이제 나는 사장님 혹은 대표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가 지은 이름으로 브랜딩을 하고 마케팅 한다. 사업 아이템이 빈티지 가구이다 보니 빈티지 가구를 매일 사거나 판다. 빈티지 가구는 지성을 요구하는 아이템이다제대로 사기 위해 팔기 위해 매일 공부를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컬렉팅을 위한 준비와 바잉 그리고 바잉 한 가구를 팔기 위해 채널에 홍보하고 마케팅하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돌림노래처럼 반복한다. 그렇게 훌쩍 2년이라는 시간이 쌓였다. 다행스럽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을 내가 꾸리는 공간에서 만나게 되니 억지스러운 미사여구 곁들인 설명은 생략되었다. 회사와는 다르게 사업을 굴리는 일은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올려야 생존을 할 수 있다. SNS 사진 하나를 올리기 위해 3-4시간 여러 컷의 사진을 찍고 몇 번을 고쳐 원고를 쓰고 사지 않는 손님을 몇 시간을 응대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낭비한다. 계산 없이 낭비된 시간들이 쌓이면 나만의 작은 의미가 쌓인다모든 것을 아름다움이라는 미련한 일을 위함이다. 글쎄 어떻게 보일까 가끔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일을 바라보기도 하고 궁금해지지만 다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 알 수도 없어 애매한 추측만 해본다. 내가 생각하는 빈티지 컬렉터는 시간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아니 시간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과는 다른 이름의 사명감 진지한 소명 같은 것을 발견한다. 주체적인 미의식으로 고른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언어로 제대로 소개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시간을 거슬러 유명세를 떨친 컬렉터들을 더듬어 본다. 위대한 컬렉터는 미술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컬렉터의 방에는 끊임없이 예술가들이 모이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시작된다. 컬렉터는 그들을 만나게 해 줄 공간 그들의 예술적 재능과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주는 온실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온실 같은 공간에서 예술적 가치를 믿고 인정해주고 필요한 서로를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컬렉터의 자질은 지적인 호기심이다. 칼 라거펠트, 입생 로랑, 거트루드 스타인 그들은 예술가인 동시에 컬렉터였다.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위한 수집을 했고 그들의 수집은 또 하나의 예술이었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노력을 이어갈 수 있는 수집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실력으로 완성된다. 언젠가의 시간을 나만의 리듬으로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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