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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rora Sep 14. 2020

보이지 않는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지금 내가 하는 일

보이지 않는 일과 보이는 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보이는 일이란 보여주는 일이다. 지금 매장의 컨디션, 브랜드 채널로 발행하는 글과 사진, 하루 동안 방문객의 수와 매출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습과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는 성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들은 즉각적인 반응으로 온다. 좋아요 개수, 팔로워의 증가, 판매의 증가 추이 그래서 달콤하고 일을 한 기분에 취해있게 해 준다. 그러나 현실은 보이지 않는 일과 씨름하며 보내는 외롭고 지루하고 모호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고단한 수고들이 쌓인다. 일이란 사업이란 보이지 않는 꿈을 꾸며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알면서도 가끔 다른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모습에 부러워하거나 질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러워하기보다 조금 멀리 떨어져 그 누군가의 노력과 보이지 않는 수고를 가만히 가늠해보게 된다.


2020년의 가장 큰 이슈는 공간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새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어  지금 계약한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기도 했고, 가구 사업이란 것이 공간을 계속 필요로 한다. 가구를 보여주기 위한 공간, 가구를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고, 간단하게 오일링이나 작업을 해야 할 워크숍 공간도 필요하고, 탕비실도 필요하고 사무공간도 필요한데 30평 남짓의 공간에서 이런저런 필요와 씨름을 하다 보면 매일 지치고 허기진 채로 사는 기분이 든다. 어쨌든 10월 이전이 확정되었다. 그동안 어디로 이전해야 할지 고민만 몇 달, 건물 신축 1년 반, 인테리어 설계(믿거나 말거나) 5개월, 공사 2개월 내 인생 역대급 마라톤 같은 프로젝트였다. 준비는 얼추 되었는데 이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홍보하고 잘 소문낼지 또 숙제가 남았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눈에 보이는 일들이라 조금은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은 마음을 놓는 순간 불시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는 법이니 끝날 때까지 살얼음을 걷는 기분으로 조심하자는 주의다.


또 하나의 이슈는 가구 바잉에 대한 것이었다. 이건 공간 문제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구를 바잉 하는 실력과 내용에 이 사업의 사활이 걸려있다. 빈티지 가구는 컨테이너 베이스로 움직이는 사업이다 보니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고 변수도 많다. 대부분 유럽에서 오는 가구는 최소 2달 이상 소요되고 그 사이 다양한 변수가 끼어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인 건 분명하다. 거기에 더해 이번 코로나 19로 출장도 바잉 트립도 가기가 어려워져 발이 묶여 예정되어 있던 출장은 모두 취소하고 애만 태운 시간이 또 몇 달이었다. 이 사업을 시작하고 루틴 하게 돌아가는 일이라거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매번 새로운 수학 문제를 푸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좀처럼 잡힐 것 같지 않아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으나 이미 공간과 가구 바잉은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해 오던 일들이기도 하고 투입된 예산도 적지 않아 부담감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모색으로 빈티지 가방과 리빙 소품에 대해 여러가지로 시뮬레이션 해보고 실행해 보기도 했다. 예상했고 그림그렸던 것만큼의 성과는 나지 않아서 풀이 죽기도 했고, 마음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이니까 할 수 있었던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하나 더 런칭했고 덕분에 온라인 채널을 만들고 꾸준히 컨텐츠를 아카이빙 해두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평가는 미루고 싶다. 특히 숫자로 하는 평가는 1년후에 하기로 하자. 결론은 당분간은 빈티지 가구에 더 집중해야겠다.


몇 년을 공을 들인 공간을 이전하는 일 새로운 가구를 만나는 일은 너무 설레는 일이다. 농사를 지은 농부가 가을 수확을 앞두고 들뜨는 마음 같은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일에 나의 시간, 나의 돈, 나의 에너지 가진 모든 것을 던졌다. 주사위를 던지고 10월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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