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인의 사랑이란 지금의 사랑과 다르다. 그 사랑에는 자격이 있었다. 이를테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만, 아랫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사랑'이란 표현을 쓸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신은 인간을 사랑할 수 있지만, 인간은 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인간은 신을 경외하거나 존경할 수 있을 뿐이다.
약 4,0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사랑은 여전히 자격을 묻는다. 다만 그 자격은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을 향한다. 자신을 낮출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그 자격이다. 오늘날에는 수메르어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