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딴생각
미국 발 상호 관세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지정학적 주도권을 가지려는 미-중간 패권 전쟁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은 이것이 '공정 무역'이고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대한 방어 수단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중국으로 넘어갈 것 같은 기술 주도권을 지키고, 중국에 대한 공급망 통제, 그리고 글로벌 규범에 대해 미국 중심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몇 가지 관점에서 양쪽의 득실을 따져본다.
■ 경제적 피해 - 양쪽 다 피를 흘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결국 미국의 소비자 물가도 상승시키고 있다. 미국 소비재에 made in China 비중이 워낙 높으니 관세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불어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의 생산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아이폰 생산량의 9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어쨌거나 미국인들은 대부분 중국산 아이폰을 살 수밖에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중국도 관세 때문에 미국 수출이 어렵게 된다. 중국에서 외국 자본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반도체, AI, 항공기, 자동차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타격이 크다. 결국 단기적으로 미국도 중국도 둘 다 손해다.
■ 전략적 유연성 - 미국이 한 수 위
어쨌든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고, 다국적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 법과 달러 체제에 묶여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공급망 블록화 전략(예를 들어, friend-shoring)으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정책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은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기술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분명히 있다.
■ 내수와 체제 탄력성 - 중국이 가진 장점
그러나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여론을 통제할 수 있으니까. 미국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통제하는 국영 기업이 많다는 점도 중국 정부 입장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미국과 달리 정치적 리스크가 적고, 여론을 무시해서라도 정부의 정책 결정을 일사불란하게 실행시킬 수가 있다.
다만, 장기적인 경쟁력이 문제다. 점점 해외로 자본이 유출되는 분위기고, 제조업의 공장도 계속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이 기술 봉쇄를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국이 불리하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미국-대만-한국으로 이어지는 연합을 중국이 따라잡기 어렵다.
■ 글로벌 지지도와 이미지 - 미국 우세
미국은 EU, 일본, 한국, 인도 등과 함께 '민주주의 공급망'이라는 이름으로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중국은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서방과 대립 구도에 있는 몇몇 국가들과 묶여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중립국이라든지 개도국과의 협력을 추가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번 상호 관세에 따라 미국의 우방들도 미국과 대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세계 질서의 규칙을 누가 설계하느냐'의 싸움에서 미국이 한 수 위라고 봐야 한다.
[결론]
두 고래의 싸움에 주변 새우들까지 등터지는 양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파괴될 것이고 세계 경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이 싸움은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더 심각한 것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1930년대 미국 발 관세가 2차 세계 대전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함으로써 20,000개 이상의 수입품에 40% 이상의 관세를 매겼고, 덩달아 유럽 국가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세계 무역량이 65%로 급감하면서 국제 경제가 붕괴했다. 이렇게 전 세계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이 무너졌고 독일과 일본의 군국주의가 명분을 얻은 것이 2차 세계 대전이었다.
트럼프는 전 세계를 거의 100년 전으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