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그림, 한 편의 시, 하나의 멜로디. 우리는 이를 두고 "누가 만들었는가"라고 묻는다. 창작의 주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주인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를 따지는 일은 지금껏 당연한 일이었다. 저작권은 그렇게 생겨났다. 창작자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결과물에 대해 일정한 기간 동안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 그것은 창작의 가치를 인정하고, 창작 행위를 지속시키기 위한 취소한의 사회적 계약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우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두고도 창작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챗GPT가 쓴 시,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 써밋이 작곡한 음악, 이 모든 결과물은 누군가가 "생성하라"라는 명령어를 내렸을 때 기계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의 창작자는 누구일까? 명령을 내린 사용자일까,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증 개발자일까, 아니면 그 데이터를 제공한 익명의 원작자들일까?
AI 창작은 본질적으로 재구성이다. 기존의 수많은 콘텐츠를 학습하여 그것을 섞고 비틀고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인간의 창작 방식과 닮아 있다. 작가도, 화가도, 작곡가도 전통과 과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차이가 존재한다. 인간은 '의도'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창작한다. 내 삶의 이야기, 나만의 감각, 내 안의 서시가 표현을 이끈다. 반면 AI는 정체성도 의도도 없다. 그저 '가능한 것들' 중에서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것을 만들어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창작의 자동화'이자, '의도 없는 창작의 부상'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누군가가 AI를 이용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그 결과물은 세상에 나와 상업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때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이건 누구의 것인가?" 실제로 법과 제도는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AI가 만든 작품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므로 창작이 아니다'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콘텐츠가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현실과 충돌한다. 유튜버가 AI로 만든 영상에 수익을 붙이고, 광고회사가 AI가 만든 모델을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현실은 창작의 소유가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저작권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처음 저작권이 만들어졌을 때, 그것은 창작자의 생계를 보장하고, 독창적인 작업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시 말해, '인간 창작자'를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AI 창작을 통해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효율은 증가했지만, 인간 창작자의 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만약 AI가 만든 작품에까지 동일한 저작권을 부여한다면, 그것은 인간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을 더욱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대로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플랫폼이나 기업들이 아무런 책임없이 수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은 이제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가'를 넘어 '왜 만들었는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창작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저작권을 만든 것이지, 창작 행위의 기술적 가능성만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법적 정의를 다시 써야 할 시점에 있다. 창작의 목적, 과정, 그리고 인간의 개입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저작권 개념이 필요하다.
일상에서도 저작권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SNS에 올린 짧은 글귀,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유튜브에 쏜 댓글조차도 저작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키보드 자동완성 기능, AI 문장 추천, 음악 추천 시스템 역시 이미 무수한 창작물의 조각들을 학습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 '도움'이라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아이디어, 표현, 감각이 녹아 있다.
AI는 이 모든 것을 가공해준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어떤 기술이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치관이라는 점이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감정은 인간만이 가진다. 그래서 저작권은 단순한 소유권이 아니라, 창작을 존중하려는 인간의 문화적 태도이기도 하다.
결국 다시 묻자면, 창작은 누구의 것일까? 이 질문에 우리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은, 그것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려 한 사람의 것이다. 비록 그것이 AI의 손을 거쳤더라도, 그 안에 사람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면,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AI 시대의 저작권은,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