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랜선문화답사기
우크라이나 남쪽, 헤르손 주 시바시에 위치한 이 바다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Sivash'는 투르크어로 '썩은 물' 또는 '썩은 바다'를 의미한다. 여름철 기온이 높을 때 호수의 얕은 물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남은 유기물이 분해돼 특유의 냄새가 퍼지는데, 이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냄새 뒤에 이렇게 놀라운 광경이 숨어 있을 줄이야! - 핑크빛 바다.
이 사진은 호보피바(hobopeeba)라는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다. 그는 발레 무용수들을 데리고 독특한 장소에서 예술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 독특한 장소 중 하나가 이곳 시바시였다. 아래 사진들도 시바시에서 촬영된 사진.
이 바다가 핑크색인 이유는 '던알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라는 미세 조류와 '할로박테리아(Halobacteria)'의 색소 때문이다. 이 미생물은 강한 자회선과 고염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붉은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호수 전체를 로맨틱한 색으로 연출한다. 재미있게도, 이 성분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미용 엑기스'로 화장품 산업에서도 쓰인다.
이곳을 '바다'이면서 동시에 '호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두 가지 성격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상으로는 흑해 북쪽, 아조프해의 서쪽 끝에 있는 바다가 맞지만, 지질학적으로는 얕은 석호(lagoon) 또는 염호(鹽湖)이기도 하고 바다를 인공적으로 막아 놓은 곳이기에 호수라고 해도 맞다. 바다이지만 호수, 냄새나지만 아름다운 곳, 시바시는 이질적인 두 가지가 교차하는 매력적인 곳은 맞다.
사진 속 나무 기둥들은 과거 '소금 증발지(evaporation ponds)'를 구획했던 시설물의 잔해다. 19~20세기 동안 이 지역은 러시아 제국과 소련 시대에 걸쳐 주요 소금 공급지였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상업용 소금 공급지는 아니다. 현지 어르신들은 "바닷물을 부려놓고 여름 한 철만 기다리면 하얀 금이 나온다"라고 말할 정도로 풍족했던 옛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저 나무 말뚝은 한 때 부유했던 '소금 농부의 울타리'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의 선조들은 호수가 붉게 물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붉은빛은 염도가 높아진 증거였고, 그만큼 좋은 소금이 많이 나왔다는 뜻이다. 반대로, 호수가 유난히 탁하거나 회색빛을 띠면 '바람이 나쁜 해'로 여겨져 바다로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시바시는 평균 수심이 1m도 안 되는 구간이 많고, 여름에는 일부 지역이 완전히 말라 바닥의 소금층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위성사진에서도 하얀 얼룩과 분홍색 패턴이 아름답게 보일 때가 많다.
이곳 주변 마을 사람들은 소규모 염전이나 의료용 머드(진흙) 채취로 생계를 꾸린다고 한다. 이 머드는 관절염,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시바시 머드 테라피'가 유명해졌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지역이다. 하필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경계선에 위치한 상징적인 수역이기도 하지만, 당분간은 관광객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시바시 호수를 가로지르는 교량도 파괴되었고, 인근 국립공원에서는 생태계 보호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무엇보다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희망해 본다.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OUyB46e5p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