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이 충돌하면 음악이 된다

나의 랜선문화답사기

by 딴생각

그릇이 충돌하면 음악이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사진 속 작품은 설치미술 '클리나멘(clinamen)'이다. 프랑스 파리 '피노 컬렉션 미술관'에 있는 작품이며, 지름 약 18m의 수조 안에서 흐르는 물살을 따라 도자기 그릇들이 부딪히면 감탄을 자아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물과 도자기 그릇으로 만들어 낸 소리의 명상적 예술, 우선 그 하모니를 들어보자.

https://youtu.be/bvWcvbfctpw?si=G8lLK6OcgMWERbV2


'클리나멘'에 담긴 뜻

작품명 ‘클리나멘(clinamen)’은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에서 비롯되었는데 원자가 예측할 수 없이 살짝 꺾어지는 무작위 운동, 즉 '우연적 편향(random swerve)'을 의미한다. 이 설치미술 역시 그 물리적 특성과 예측 불가능한 우연적 편향을 통해 새로운 소리와 움직임을 연출한다.


우연히 연출된 소리와 시각적 흐름, 그리고 철학적 함의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관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 듯,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소리의 흐름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이 예술가는 좀 별나다

-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지노 (Céleste Boursier‑Mougenot, 프랑스)

본래 작곡가로 활동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소리에 남다른 감각을 지녔다. 그의 주작업은 오디오와 시각이 결합된 설치물로, 새, 진공청소기, 물, 찻잔, 체리 씨앗 등 독특하지만 일상적 소재를 악기로 재해석해 소리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전기 기타에 내려앉는 핀치새의 움직임이 기타 줄을 튕겨 음악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연출해서 큰 관심을 받았다.(그 작품명은 From Here to Ear)


그는 직접 음악을 작곡하기보다는 청중이 마치 살아 있는 악보를 바라보는 듯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치들을 구성한다. '클리나멘'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피노 컬렉션 미술관은

'클리나멘'이 설치된 곳은 피노 컬렉션 미술관이다. 이곳은 16세기 곡물 거래소였던 역사를 간직한 원형 돔 건물을 '안도 다다오(일본 건축가)'가 재해석하여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클리나멘이 곧 인간의 자유의지?

에피쿠로스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원자라고 생각했다. 그 원자는 항상 직선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예측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 예측 불가능한 이탈이 물질의 자유로운 운동과 변화를 가능케 하는 요소라고 여겼다. 특히 루크레티우스는 클리나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다고 해석했는데, 만약 원자들이 항상 정해진 궤적으로만 움직인다면 모든 것은 결정론일 뿐, 자유의지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살짝 당혹스럽하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이 '클리나멘' 전시가 있었다.(하필이면, 전시 기간: 2023.12.22 ~ 2024.7.21 이미 끝났음). 안타깝게도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는데, 프랑스 피노 컬렉션 미술관의 클리나멘도 전시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2025년 9월 21일까지라고 한다.


'클리나멘'의 철학적 의미로는 관성이나 타성에 맞서려는 이탈을 뜻하기도 한다. 혹시나 현실이라는 타성을 벗어나 프랑스 파리로 이탈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클리나멘'을 관람할 것을 추천드린다.



▶ 추천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7CuB_DK1I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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