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날들

by 오난난

힘든 한 주를 보냈다.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은 나날들이었다.
나의 세상은 그렇게 무너지고 사라졌다.

처음엔 말도 못 하게 슬펐다가 화가 났고,
그다음엔 알 수 없는 분노와 원망이 올라왔고,
나중에는 그저 무기력해졌다.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살려고 했던 이유는 사라졌으니까.
더 이상은 의미가 없으니까.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희망은
언제나처럼 무너지고 부서졌고
내 마음도 함께 부서져버렸다.

눈은 뜨고 있지만 내 정신은 아니었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멈추니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은 척했다.
내 세상이 무너졌지만 모른 척했다.
아무 일도 없는 척하려 했다.

그렇게 숨기려 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의식도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감각들은 예민해졌다.
숨을 쉬려 하는데 명치가 꽉 막혀 숨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숨을 크게 내쉬고 들이쉬어야만 겨우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밥알이 모래알 같아서 넘길 수가 없고, 그렇게 즐겨먹던 알리오 올리오도 목구멍에 걸려 도통 넘어가질 않았다. 한쪽 가슴을 옥죄어오는 듯한 통증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눈가는 아릿해져서 손만 스쳐도 쓰라렸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꾹꾹 잘 삼켜냈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어떤 정신으로 버텨왔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대견하다.

호텔 욕조에 몸을 누이고는 눈을 감았다. 따뜻한 물이 차가운 몸을 녹여줬고 이내 나는 조금 편안해졌다. ‘아, 따뜻하다.’ 생각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내내 추웠구나. 마음이 내내 추웠고 아팠고 얼었구나.


선택은 내가 했는데 내 맘은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이대로는 아니라 여겨 결정했고, 이렇게 해야 했던 게 맞는데 왜 이렇게 숨 쉬는 것조차 괴로운 걸까.


내가 살아야 하니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다. 나의 선택을 존중하거나 지지해주지 않았던, 오히려 모진 말로 상처를 주던 가족들에게 그 화살이 향했다.


가족이란 누구보다 나를 더 품어주고 격려해주고 아껴줘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믿었고 의지했던 그들이 했던 말들이 가슴에 남아 내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나를 위한 일이라, 나를 위한 말이라며 그렇게 생채기를 내고, 나을만하면 또 생채기를 냈다. 아팠다. 아픈데 또 아팠다.


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던 걸까. 왜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걸까,


자신들이 더 살아봤기에 더 잘 안다면서 그 길은 틀렸으니 맞는 길로 가라고 한다. 넘어져 무릎 깨지며 피 철철 흘리고 가더라도 그 길에서 얻는 것이 있고 성숙해가는 것이 한 인간의 삶 아니던가. 왜 나를 위한답시고 그렇게 힘든 길이라 단정 지어 가지 못하게 막는 걸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게 모두 다 너를 위한 길이라면서, 너는 그런 길을 가지 않길 바란다면서, 그 길은 꽃길이 아니라 진흙탕이라면서.


아파오는 마음에 내 선택이 아니라 그들에 의한 선택이었다고 우기 고도 싶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선택은 내가 한 일이기에.

그들의 영향을 받았든 아니든 결국 선택은 내 몫이었고, 내가 한 일이 아니던가.


그로 인해 내가 많이 아플 것을,

오래 울게 될 것을 알고 있지 않았는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그렇게 흘러가리라.


원망이란 서로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일.

이제 우리 그만 아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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