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너진 날 아침이라서 그런지 눈이 알람 한 번에 번쩍 떠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조금 더 자고 싶었는데 뭘 얼마나 개운하게 잤는지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워 눈만 감은 채 그렇게 침대에 붙어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아 눈만 끔뻑 끔뻑. 평소 아침에는 겨우 시간 맞춰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볼 새 없이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왜인지 오늘은 아침부터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실감이 나지 않는데도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이 옥죄어온다. 아,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 우리 헤어졌구나. 그렇지. 우린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아니지. 이제는 잘 잤는지 푹 잤는지 물어주는 이가 없고, 나 역시 다정한 아침 인사를 나눌 사람이 없구나. 이젠 네가 내 옆에 없구나.
아침부터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 보니, 숨도 쉬기 싫은 것을 보니 네가 내 세상이었구나, 네가 내 우주였구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너도 그럴까? 이렇게 남남이 되고 나서야 더 잘했어야 했음을 더 노력해봐야 했을 것을, 서로 더 최선을 다해야 했음을 깨달았을까. 너도 그렇게 더 잘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마음 아파하고 있을까.
이렇게 온몸이, 온 마음이 아픈데도 씻고 출근을 해야 한다니 참 치사하다 싶다. 내 세상은 무너졌는데 해는 뜨고 눈도 떠지고 회사도 가야 한다니. 그렇게 따지면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나는 마음이 아플까. 오동통해진 눈꺼풀을 보며 세수를 하고 대충 챙겨 입고 출근길에 오른다. 울다 지쳐 잠든
것 치고는 봐줄 만한 몰골이라 다행이다.
회사에 도착해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즐겨먹던 알리오 올리오가 도저히 넘어가지 않는데 티 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몇 번을 더 욱여넣는다. 포크와 수저를 내려놓으니 옆에서 회사 동료가 묻는다. “오늘 왜 이렇게 못 먹어?” 내가 대답한다. “그러게, 안 들어가네.”
유난히 힘겨웠던 오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도저히 글을 쓸 기분이 아니라 스터디 카페가 아니라 집으로 향한다. 뭘 먹긴 먹어야 하니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놓고는 씻으러 들어간다.
문을 닫고 책상에 앉아 고구마를 먹는데 눈물이 난다. 하루 종일 참았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꾸역꾸역 고구마 하나를 다 먹고는 침대에 눕는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힘들었을 텐데도 잘 버텨준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내 마음을 다독이고 안아주며 내 마음에게 말했다.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이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답이니까.. 이해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