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근의 이야기

(feat.창근이라 쓰고 아빠라고 부른다.)

by 오난난


어느 토요일 아침 9시 반,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찬은 많지 않지만 일주일 중 하루 다 같이 마주 앉아 먹는 식사는 언제나 정겹다.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고 요즘 이슈인 정치부터 시사 관련 이슈까지 온갖 이야기가 다 튀어나온다. 대화는 흐르고 또 흘러 창근의 어린 시절까지 흘러간다.

출처 JongLyeol RaIn Pixbay

밖은 아직 깜깜한 새벽, 창근은 부스스 눈을 떴다.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익숙하게 도시락통에 밥을 담는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며 동생들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동이 터온다. 책보를 메고 나갈 채비를 마친 후 외양간에 가서 소를 데리고 나가서는 풀이 많은 언덕에 단단하게 매듭지어 잘 묶어 놓고 몇 번을 더 확인한다. 이내 매듭이 만족스러운지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향한다.

출처 R_Winkelmann in pixabay


몇 시간이 지났을까,


수업이 끝났는지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출처 Sasin Tipchaiin pixabay

몇 몇은 근처 개울가로, 다른 이들은 산으로 들로 삼삼삼오오 흩어진다. 그 틈에 섞여 친구들과 여기저기 쏘다니며 한참을 놀다 집으로 돌아온 창근은 밖이 어둑해질 무렵에야 소를 까만 언덕에 그대로 두고 왔음을 깨닫는다.


소를 매어둔 언덕으로 부랴부랴 달려가는데 인기척이 반가운 소가 까만 어둠 속에서 크게 여러 번 울며 나 여기 있다고 반가워한다.

가까이 가서 매듭을 풀려고 하는데 소가 앞발을 들고 번쩍 일어나는 바람에 소의 모습이 마치 집채 같다.

출처 Stefan Keller in pixabay

바짝 겁을 먹은 창근은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져 머리를 쿵 하고 찧는다.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난 창근은 한참을 씩씩거리다가 옆에 있는 나무 작대기 하나를 아무렇게나 주워 들고 소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르고 두드려 맞은 소는 많이 아픈지 진짜로 운다. 큰 눈에서 눈물이 땅으로 뚝뚝 떨어진다.


한창 소에게 매질을 한 창근은 매듭을 풀어 소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외양간에 소를 넣어놓고는 가져온 작대기로 괜히 울타리를 두어 번 더 탁탁 친다.


소는 움찔거리며 벽에 가서 붙는다.

출처Free-Photos in Pixabay

까만 언덕에 홀로 외로이 서 있다가 주인이 보여 반가운 마음을 표현했을 그 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만큼 까맣게 어렸던 창근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밤톨 같은 까까머리에 까만 눈동자를 도로로 굴리며 씩씩 거리고 서 있었던 그 날,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 까만 밤에 홀로 무서웠던 소가 본인이 너무 반가워 무거운 몸을 그렇게 들고 일어섰던 것 같다고 말하는 소년은 어느새 머리가 희어졌다.

출처 �Passt gut auf euch auf und bleibt gesund! �in Pixabay

다 큰 딸이 셋이나 되지만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그래도 아들 하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목욕탕에 같이 가서 내 등도 밀어주고 얼마나 좋아' 하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누군가의 아들로 태어났고 세월이 흘러 누군가의 남편이 되었다. 세월 또 흘러 흘러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고, 곧 누군가의 할아버지도 되겠지.

세월이라는 게 참 무상하다 생각하는 창근이다.


"아빠, 그 이야기는 벌써 몇 번째 들었어요~!!"


둘째 딸이 웃으며 말한다.



요즘 부쩍 많이 지치고 외로워하는 창근을 보며


조금 더 힘이 되어 드려야지.


조금 더 마음을 표현해야지 생각하는 딸들이다.


언제나 감사하고 또 사랑한다고,


오늘은 꼭 직접 말로 전해 드려야지 하고 결심한다.

출처 sarahbernier3140 i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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