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와 헌 해, 다독다독

헌 해 또한 중요하다, 휴식은 필요하다.

by 오난난

걱정거리가 가슴을 꽉 메워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by isakarakus - Pixabay

분명 헌 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잘 맞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죠?

감기 몸살 기운으로 피곤한 몸 때문인지 떠오르는 해와 함께 두둥실 떠올랐던 긍정과 희망과 용기는 어디론가 숨어버렸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괜스레 눈물이 납니다.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다시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먹먹해오는 가슴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답을 찾았는데 답이 아니라는 서운함 때문이 아니라 그게 답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걸어오던 내 얼굴이 너무 환해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보여서 더 마음이 아파오는가 봅니다. 나라는 사람에게 용기가 부족하고 근성이 부족한 것 같아 혹시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잘하고 싶었는데, 너무 잘하고 싶었는데, 계획한 바대로 잘 흘러갈 테니 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현실이 눈앞에 닥치고 보니 눈앞이 캄캄하고 아득해져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제 자신이 너무 낯설게 느껴집니다. 축축 쳐지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네요. 이럴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허허 웃으며 넘겨버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겠지요?




자, 조금이라도 머리를 가볍게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by qimono - Pixbay

왜 저는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

오늘의 소중한 하루를 불안함으로 채우며 괴로워하고 있는 걸까요?


왜 저의 잣대로 누군가를 판단하며(판단해야만 한다고 여기며) 답답해하고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것일까요?


왜 그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그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여기는 것일까요?

그 또한 나 같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요?



머리가 복잡해서든 몸이 아파서든 컨디션 때문에 제 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마음이 불편했겠지요. 왜냐하면 새해에는 조금 더 나은 날들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으니까요. 겉으로는 한 해를 열심히 보내고 새해를 시작하며 ‘이틀 정도 쉬는 게 좀 어때, 그렇게 재정비를 하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지’라고 말하면서도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과 불편함이 꽤 크게 자리 잡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이 그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똥처럼 튀었던 것이겠지요. 이제야 1월 4일, 새해가 시작되고 고작 4일이 흐른 시점인데 말이에요. 모처럼 열심히 키워두었던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감은 제 몸 깊숙한 곳 어디론가 숨어버렸네요. 조금씩 오르는 열감으로 몸이 축축 쳐지는 영향 때문일까요.


1월의 첫날과 두 번째날을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맛있는 것도 정말 많이 먹고 이모 댁과, 언니네와 사랑둥이 조카와 꿀 떨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차분히 새해를 시작할 만한 시간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찜찜했나 봅니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근사하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 이때다 싶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불평과 불만이 올라온 거죠.


by MR1313 - Pixabay

‘네가 지금 이럴 때니?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도 모자랄 판에?’


‘새해부터 글을 쓴다더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체력관리를 이렇게 밖에 못해서야 네가 뭘 할 수 있겠니? ’


아주 신랄하다 신랄해. 어쩜 이렇게 스스로에게 이런 못된 말을 하고 있는지. 용기를 북돋아줘도 모자랄 판에 비판이나 하고 앉아있다. 결국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러나 이렇게 올라오는 감정들을 억지로 억누를 수는 없으니 피곤한 몸 때문이라는 핑계를 삼아 이렇게 글로 풀어내며 흘려보냅니다.


분명 작년 12월 31일에는 ‘다사다난한 일 년 동안 참 잘 살았다! 앞으로 오는 새해에는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쓰면서 혼자 흡족해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 새해에는 좀 쉬고 심기일전하기로 해놓고. 고작 이틀 정도 해야 할 일을 쉬고, 나름의 가족 식사를 대접하고 치우느라 몸이 피곤해진 것이 당연할진대, 그 정도 쉬는 것도 못 봐주는 건가. 참으로 스스로에게 야박하다 생각하며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불안감을 부인하지 않고 다독다독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내일부터라도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 나가면 또다시 하루를 잘 쌓아가면 된다고. 괜찮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언제든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번 더 제 자신을 다독다독.

by gelate - Pixabay

혹시라도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습니다. 우리는 괜찮을겁니다.

이 또한 지나갈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에겐 아직 361일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괜찮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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