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행복은 멀리 있지 않지만,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입니다. 행복이 멀리 있다 생각하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고, 가깝다 생각하면 도처에 있습니다. 남이 주는 행복은 쉽게 사라지지만 스스로 찾은 행복은 내내 내 곁에 머무릅니다. 가진 것에, 누리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행복은 살포시 그 사람 곁에 내려앉습니다. 어쩌면 '나는 행복하다'라는 마음가짐이 전부입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가짐 하나는 내가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한동안 '행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때가 있었습니다.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을 테니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행복' 자체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행복을 생각할수록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 떠오르고,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생각나고, 내가 바라지 않았고, 원치 않았던 상황들이 떠올랐습니다. '아, 나에게 이것만 있으면 행복할 텐데.', '내가 이 일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이런 일은 안 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할 텐데.', '상대방이 나와 똑같은 마음이라면 정말 행복할 텐데.' 등등 내가 가지지 못했거나 내가 지금 할 수 없는 일들 또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을 떠올리며 내가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찾곤 했습니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던데 나한테 행복이란 저 멀리 있는 별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나의 행복을 바라고 소망했건만 그 행복은 결코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습니다. 행복에 집착하다 보니 거꾸로 불행한 마음만 커져 가더군요.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억지로라도 많이 웃으라길래 하하호호 소리 내어 웃어도 보고, 햇빛을 많이 쐬라길래 큰 창문 앞에 앉아 광합성도 열심히 했습니다.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면 도움이 된다기에 마리모도 키워보고 여러 가지 식물도 키워보았습니다. 취미 생활을 가지면 좋다길래 책도 읽고, 블로그도 해보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에도 나가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워도 보고, 운동도 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야기하는 것,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저의 우울함을 털어내는데 조금씩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벽이 나타나 부딪힐 때마다 조금이나마 행복해졌던 마음이 또다시 헛헛해지곤 했으니까요. 잠시 잠깐 행복해졌던 마음은 금세 자취를 감추고 울적한 감정이 제 마음을 채웠습니다.
'왜 나만, 왜 나에게?', '나는 한다고 하는데 왜 이것밖에 안될까?' 주변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고, 나 자신을 탓했습니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 생각했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집착했던 것이겠죠.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아,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나 자신이 짠하고 안쓰러웠지만 '다들 이러고 사니까',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인 사람도 많으니까'라며 나를 다독다독 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저들과 나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나는 그저 괜찮고, 괜찮다. 이대로도 좋다. 만족한다.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고 합리화했습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사실을 들키는 것이 두려웠거든요.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기 때문인 것을 그때는 행복한 삶만이 좋은 삶이라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행복을 그렇게 멀리 둔 것이 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누릴 수 없는 것을,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막았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이라 생각하는 그것들을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나 자신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과연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내 행복을 위해 나는 무슨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가장 먼저 내가 어떨 때 기쁘고, 어떨 때 행복한지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소하게 좋아하는 음식부터, 좋아하는 음악과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등등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색했지만 나 자신에게 여러 가지 질문도 건네보았습니다. 심리 검사를 받았을 때, 저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감정은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제 감정 레이더 자체가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뻗어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친한 지인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살피기에 인색했던 내 감정들을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가? 일어난 사건을 최대한 객관화하면서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좋고 싫음은 굉장히 명확하지만 그 외에는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분명 A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말을 듣다 보면 B도 맞는 것 같았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취지의 좋은 마음이었지만 스스로에게는 혼란을 가져왔겠죠. 그렇게 내 감정을 살피다 보니 점차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자신을 느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지? 어떨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편안할 때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안정감을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상태. 내 속도 바깥도 시끄럽지 않은 고요한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저는 아주 편안하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하나를 알게 되었고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것부터 싫어하는 것까지 천천히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 외에도 더 알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행복은 내가 정의하기 나름이라는 것과 나를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 나의 상황과 결과를 남의 상황과 결과의 동일선상에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의 이유가 되거나 남의 불행으로 나의 처지를 위안 삼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 행복은 내가 발견하고, 내가 만들어가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임을 마음에 새깁니다. 행복이 뭐 별건가 생각합니다. 소소하게 사소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 속에서 문득 튀어나오는 나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행복을 찾고 쌓아가는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하며, 당신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