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주의 타파법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

by 오난난


저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몸이 약한 편이라 자주 아프곤 합니다만 근성이 없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 체력장을 하며 저에게 지구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단거리 달리기 기록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장거리 달리기는 거의 1, 2등을 놓치지 않았으니까요.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하면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해 뛰지 않습니다.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적당히 호흡 조절을 하며 끝까지 달립니다.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던 친구들은 이미 오래전에 나가떨어지고 출발이 빠른 편이었던 친구들도 점점 느려집니다. 결승선이 보이면 남아 있는 힘을 짜내어 최대한 발을 빠르게 움직입니다. 몸집도 작고 근력도 없는 제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끝까지 뛰는 것, 느릴지라도 적당히 호흡과 뛰는 속도를 조절하여 결승선까지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팔팔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그마저도 가능할까 의문이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문득 '적당하다'의 반대말이 무엇일까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국어대사전에서 '적당하다'가 동사일 때 '꼭 들어맞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형용사로 쓰일 때는 '정도에 알맞다.' 또는 '엇비슷하게 요령이 있다.'로 쓰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이 "적당히 좀 해", "적당히 해"등이라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유의어가 무던하다, 알맞다 등으로 오히려 좋은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궁금했던 반의어는 검색이 되지 않아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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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적당'의 반대말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적당히 한다'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와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여겼습니다. 명사 '최선'의 뜻을 풀어놓고 보니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온 정성과 힘'입니다. 반의어는 예상할 수 있듯 '최악'이고요. 극과 극을 따지니 가장 좋은 것과 가장 나쁜 것으로 나뉘는 듯합니다. 이렇듯 사전적 의미를 따지면 '적당하다'라는 말이 오히려 좋은 뜻에 가깝다는 결론이 납니다. 제가 장거리 달리기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호흡과 속도로를 적당히 조절하여 달렸기 때문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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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하게 하는 것이 매 순간 좋은 것은 아닙니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온 정성과 힘을 순간에 쏟아야 1등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단거리 달리기에 가까운지 장거리에 가까운지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오랜 시간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격증을 따거나, 특정한 시험에서 필요한 등급이나 점수를 받는 일, 정해진 날짜에 맞춰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는 일들 말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죽을힘을 다해야 합니다. 그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결승점이 어딘지 알아야 그곳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뛸 수 있듯이 나의 목표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아는 게 중요합니다.


세상을 사는 일이 꼭 장거리 달리기와 비슷해 보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체력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출발하여 달리면서도 결승선이 어디인지, 총 몇 바퀴를 돌아야 하는지, 내가 지금 몇 바퀴 째 뛰고 있는지, 나는 몇 등을 하고 싶은지 등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참 많습니다. 생각 없이 그저 달리기만 한다면 페이스 조절을 못해 나가떨어지거나 결승선을 착각하여 엉뚱한 곳을 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매 순간 생각하며 적절하게 발을 움직이고 호흡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옆구리가 아파오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다리에 쥐가 날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목표가 있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폐가 찢어질 것 같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도 우리는 달립니다. 지금도 달리고 있습니다.


인생과 달리기가 다른 점은 매번 결승선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상상하고 이미지화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중요합니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한 우리는 묵묵하게 나아갈 것입니다. 덧붙여 우리가 긍정적인 미래와 바라는 바를 이미지화할 수만 있다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살아가며 자주 종종거리는 제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과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숲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하기에 그 안목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하는 밤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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