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트렌디하다고 해야 하나. 힘냅시다!
코시국이 시작된 이래로 지난주 토요일인 3월 12일까지 내 코는 안전했다.
무엇으로부터? 기다란 면봉으로부터.
그동안은 주변에 그 흔한 밀접 접촉자도 없어서 코를 찌르는 건 딴 세상 이야긴 줄 알고 지냈다. 코로나에 오미크론에 대한 이야기가 사방에서 넘쳐났지만 나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심지어 나는 '도대체 코로나가 왜 걸리는 거지?' '어떻게 하면 걸리는 거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짤을 보니 주변에 코로나 걸린 사람이 없다면 친구가 없는 거라던데, 나는 생각보다 친구가 없구나 싶었다.
불과 며칠 전, 1년 넘게 청정지역인 코에 면봉을 넣어야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토요일 아침, 언니와 조카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나는 조카를 안 본 지 5일 정도 되었지만 엄마랑 동생은 며칠 전 조카를 보고 왔다. 엄마는 주 초부터 감기 기운으로 계속 고생하고 있었다. 단순히 감기라고만 생각했던 엄마의 증상이 심해진 것을 걱정하던 와중에 두 줄이 나오니 걱정이 앞섰다.
부랴부랴 자가 키트를 구매하러 다녀와서 설명서를 읽어본 뒤 코에 면봉을 쑤욱 넣었다. 면봉이 들어갔다가 나오니 재채기가 미친 듯이 나왔다. 면봉을 빼고도 한참 동안 코가 욱신거렸다. 자가 키트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동생도 한 줄이었다.
그러나 가장 늦게 검사를 한 엄마의 키트에는 두 줄이 그어졌다. 처음엔 희미했지만 분명 두 줄이었다.
하, 그동안 밥을 같이 먹은 일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내가 진짜 괜찮은 건가 싶었다. 음성 결과가 탐탁지 않았지만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생각보다 나의 면역력이 강하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토요일 저녁부터 피로감이 밀려오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애써 피로감에 의한 것이라 여겼다. 피곤한 관계로 전날 일찍 잠든 덕분인지 일요일 아침에는 개운하게 일어났다. 목이 간지럽기는 했지만 딱히 많이 아프지는 않아서 ‘아, 코로나가 나는 비켜갔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일요일 오후까지 무사히 지나가나 싶더니 저녁에는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널브러졌다. 온몸에 힘이 없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목이 너무 마르다. 침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목이 타들어가는 듯하다. 어느새 머리까지 아파오는통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덜컥 겁이 나면서도 푹 잘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다. 겨우 일어나 종합감기약을 먹고 잠에 빠져들었다.
월요일 아침,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깼다 온몸이 열감으로 가득해서 눈이 잘 떠지지가 않았다. 살며시 침을 삼켜보니 목이 따갑다. 머리가 무겁고 뜨겁다. 회사에 전화를 해 상황을 알렸다.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야지 하는 생각과는 달리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아 누워 있었다. 카톡을 보니 동생도 양성 판정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고 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줄이 쭉 늘어서 있다. 줄을 서 있는 내내 열이 오르고 식은땀이 나서 어지러웠다. 40여 분을 기다렸을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진료실로 들어가 서류를 작성했다. 조금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코에 면봉을 쑤욱 넣으신다. 미간을 찡그리려는 찰나 "어어, 찡그리며 더 아파요. 힘 빼세요."라는 말에 힘을 풀었다. 밖으로 나가 대기하는 동안 코는 욱신 욱신, 가슴은 두근두근 한다. 들어오라는 말에 진료실로 들어가니 한 줄이 그어진 키트를 보여주신다. 아, 다행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들 KF94 방역 마스크를 쓰고는 각자의 방에 머무르며, 부엌에서 식사는 돌아가며 하고, 최대한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음성이 맞을까? 검사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잠복기가 있다는 데 나는 사회활동을 해도 되는 것인가? 회사에서는 우선 나오지 말고 상태에 대해 계속 알려달라고 했다. 월요일은 그렇게 거의 하루 종일 누워서 보냈다.
오늘, 화요일 아침 눈을 뜨니 목도 어제처럼 아프지 않고 두통도 거의 사라졌다. 침을 삼키는 게 수월해지니 밥도 술술 넘어간다. 요 며칠 무거웠던 몸이 한결 가벼워지니 살 것 같다. 편도는 여전히 부어있지만 침을 삼킬 때마다 쓰라린 고통은 느껴지지 않으니 살만 하다. 이렇게 그냥 지나갈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한다. 잠복기가 있다고 하니 내일은 아침 일찍 코를 찌르러 병원에 가봐야겠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았겠지만 우리 엄마는
"이미 일어난 일이니 이 정도가 다행이라 생각하자"라고 하셨다. 코로나 초기 때 사람이 많이 죽고, 치료도 잘 못 받을 때 보다야 지금 걸린 게 차라리 낫다고. 맞는 말인 듯하면서도 남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내 가족에게 닥치니 무섭다. 이제는 거의 감기와 비슷하게 지나갈 거라고들 하지만, 내 가족들이 걸리고 나니 그렇게 생각하기가 어렵다. 1년 넘게 조심해 아무 일도 없었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라는 것이 허탈하다. 어떤 경로로 어떻게 전파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잘 이겨내는 중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아픈 와중에 약을 먹어가며, 든든한 배달 음식과 집밥으로 배를 채워가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아픈 조카를 보살펴야 하는 언니, 그래도 잘 버텨주는 조카, 아픈 와중에도 가족들의 식사를 위한 요리를 하는 엄마, 점점 호전되는 동생, 증상 없이 음성인 아빠, 증상은 있지만 나아지고 있는 나. 고생의 정도가 다를 뿐, 모두 고생이 많다. 유난히 걱정스러운 것은 이제 돌이 막 지난 조카였는데, 잘 버텨주는 게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서 주어진 휴식을 맘껏 취하자.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벌떡 일어나서 다시 씩씩하게 할 일을 하면 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강하다. 파이팅!!
코시국에 고생하고 있는 모든 분들 힘내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