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그저 펼쳐지는 것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by 오난난

잘 살고 싶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가늠할 수 없이 펼쳐지는 삶 속에서, 그 삶을 씩씩하게 사는 것. 내가 나를 잘 지켜가며,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그저 잘 살고 싶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해도 내가 잘 살아가면 된다. 그래도 살면 된다.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살아왔다.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닫지 않았고,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가며, 내 마음의 소리도 잊지 않고 들었다. 순간순간 스쳐가는 생각을 포함하여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올라오는 감정들을 돌아보며, 여러 생각을 곱씹으며, 절대자의 뜻이 무엇일까 헤아려도 보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속절없이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도 나만 잘하면, 내가 노력하면, 내가 잘하면 된다고 여겼다. 내 삶의 매 순간이 치열하지는 않았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골고루 일어나는 인생이었다. 주어지는 하루를 치열하게 살던 때도 있었고, 그저 흘려보내듯 살아내는 나날들도 있었다. 난생처음 죽고 싶다 생각했던 날도 있었고,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바라던 날도 있었다. 세상 사는 사람 모두 그렇듯 별 일이라면 별 일이었고, 아무 일이 아니라면 아닐 일들도 겪어가며 사는 삶이었다.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그날. 그렇다고 그저 내버려 둘 수도 없는데, 해결을 해야 하는데. 내가,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 그에 더해 불안감, 초초함, 배신감, 원망 등 말로 표현되지 않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미쳐버릴 것만 같았던 날이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길가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주저앉았던 그날. 고작 몇 시간일 뿐이었는데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옥죄어오는 날이 있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가, 피가 돌지 않아 어지러웠다가, 눈앞이 새하얘지던 그날. 나는 경주마처럼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내달렸다. 다른 일은 다 나중일이었다. 일단 그 일을 해결하는 것이 당시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조급했고 그래서 성급하게 행동했다. 현명하게,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충분히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었다. 숨을 한 번만 더 골랐다면, 차분하게 한 발만 뒤로 물러서 생각했다면 분명히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스스 부서져가는 멘털을 부여잡으며 그저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똑같이 어리석었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았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아프게 했다.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 길고도 긴 밤이었다. 다음날까지도 그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피가 다 마르는 것 같았다. 어찌어찌 그 일이 해결되고 나니 또다시 다른 이유로 막막해졌다. 안개가 걷히자마자 그 위로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려오고 있었던 셈이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난 뭘 해야 하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부터 해야 하는 것인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아 그저 괴로웠다. 그동안 내가 믿어왔고 보았던 이 모든 것이 정녕 사실이 맞는지,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난 게 맞는지, 그렇다면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난 것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만 미리 말해주었더라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제발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했다. 나를 이해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었고, 나를 위해서 건네는 말들은 하나같이 맞는 말이라서 너무 아팠다.


물론 이 세상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거나, 일어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웠다. 하긴 이미 벌어진 일인데 내가 받아들이든 그렇지 못하든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급한 불은 껐으나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미 머리로는 어느 정도 결정이 난 상태였지만, 내 속에서 제대로 된 답을 찾아야 했다. 현실적으로도, 이성적으로 내 머리가 내린 결정이 맞았다. 그러나 나 혼자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을만한 일은 아니었다. 칼로 무 자르듯 간단하게 자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편으로는 시간을 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온 결론이어야만 내가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데, 그 힘든 시간을 다 견뎌내고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구나 싶었는데.. 저 멀리 돌고 돌아온 길 위에서, 이게 정말 답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그 시점에 터져버린 이 일은 어떤 이유로 나에게 찾아왔을까?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이어왔던 기도가 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그 기도는 절대자가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게 해 달라는 바람이자 다짐이었다.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


매 순간은 아니지만 나는 자주 물었다. 나의 지금이 , 내 삶이, 주님 보시기에 좋으시냐고.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내가 영민하지 못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인지, 정말로 답을 단 한 번도 주신 적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가눌 길이 없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는데 책에서 본 구절이 자꾸 생각난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얼마나 사랑하시느냐 하면 우리를 다 부서뜨려서라도 구원하려 하실 만큼 사랑하신다.'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지니고 살았지만, 나는 겸손하지 못했고 자만했으며, 내가 잘나서, 내가 잘해서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겸허하지 못했고, 주님 앞에 솔직하지 못했던 나를 더 낮추시려는가 보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온전히 떳떳할 수 없는 나는 그동안 잘 살고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지금의 내가, 보시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었던 거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고, 그 어떤 일도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외치는 작은 소리를 듣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를 내가 또렷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그 소리에 더해 작은 깨우침이라도 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당장 들리고 보이는 것이 없다 해도 계속해서 구해보는 수밖에.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이 일이 왜 내게 일어난 것인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그 결정에 대해 기꺼이 책임지고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는지, 가 더 중요하다.


그래, 이미 삶은 내 앞에 펼쳐지고 있고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다. 어떻게든 나는 또 살게 되리라. 다만 어찌할 바 없이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사는 삶을 선택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 담대하게 내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기를 바라 마지않으며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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