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태도 ep.3 - 면담을 준비하는 태도
회사에서는 조직장과 면담을 갖게 되는 시간이 필히 있다. 우리 회사는 팀장과는 상반기, 하반기 1년에 두 번을 하고, 그보다 상위조직장과는 연봉협상을 하면서 하게 된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이 되면서 새로운 조직장과 면담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래 저래 따져보면 연 3-4회 정도는 하게 되는 것 같다.
면담 캘린더가 날아오면 팀원들은 모두 "아 할 말 없는데 1시간 동안 무슨 말하지?"라고 고민이 앞선다. 누구는 일하기도 바쁜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불평할 수도 있고, 조직장과의 만남 자체가 불편해 죽겠는 사람도 있다. 근데 사실 면담만큼 내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자리가 없고, 그 기회는 흔치 않다. 결국 조직장은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고, 조직장의 평가는 나의 연봉과 인센을 결정짓는다. 1대 1 면담은 그래도 조직장이 팀원들의 얘기를 들어주려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어필하기 위해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
면담의 흐름을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아니기에 즉석으로 흐름을 창조해 내기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 흐름을 미리 준비한다. 보통의 면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들을 정리하고, 스몰토크부터 요즘 내가 하는 일들, 그리고 도움을 구하거나 답변을 이끌어내야 할 것들과 나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심을 것인지까지 메모장에 빼곡히 써내려 간다. 그래야 면담이라는 1시간을 꽉꽉 채워 이야기를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면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1. '요즘'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스몰토크 주제
"요즘 어떠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 등이 있고, 보통 이런 물음으로 면담이 시작된다.
Tip. 단순히 '하하 좋아요'와 같이 너무 단답으로 대답하지 말자. 어색한 것은 누구나 똑같지만 이 '요즘'의 질문을 통해 조직장뿐만 아니라 나도 분위기를 풀 필요가 있다. 차라리 TMT가 낫다. 요즘 내가 재밌게 보고 있는 콘텐츠라든가("저 최근에 이거 엄청 재밌게 보고 있잖아요! 보셨어요?") 관심사나 취미에 대해서 얘기하는 편이 좋다.
2. 1번 질문의 요즘 나의 생활에 대한 질문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일 얘기'로 넘어간다.
"요즘 어떤 일 하고 계세요?", "요즘 업무는 좀 어떠세요?", "업무 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으세요?" 등이 있다.
Tip. 일 관련 질문에서는 내가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일을 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냥 하고 있어요.' 정도의 대답으로 끝난다면 자칫 조직장에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크게 카테고리화해서 요약하고, 이 일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나 성취, 고충 등을 얘기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저는 요즘 A업무와 B업무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예전에 하던 C업무에 비해서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실제로 이런 반응이 오고 있어서 성취를 느끼기도 하고, 근데 이런 부분에서는 좀 어렵기도 한 것 같아요."
2-1. 질문을 던져서 해답을 찾자.
Tip. 일 얘기는 메인이라서 여기에 꼬리를 무는 대화가 면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대화 주제에서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한 해답을 찾거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지지를 받을 수 있게끔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끔 기준이 헷갈릴 때가 있어요. 더 좋은 브랜드를 찾아야 할지, 매출을 생각하며 일을 해야 할지 등이요. 둘 중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3. 2번이 현재에 대한 얘기였다면, 3번은 미래에 대한 얘기다.
"요즘 뭐가 재밌으세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어요?"
Tip. 내가 이 회사에서 쌓고 싶은 경험과 커리어를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또는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진짜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그걸 은연중에 어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는 지금 A업무를 많이 하고 있는데, 제 관심사는 B이고 앞으로 B 관련해서 경험을 쌓고, 커리어를 개척해나가고 싶어요." 혹은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근데 비슷한 카테고리의 일을 하다 보니까 어쩔 때는 지루함이 좀 생기더라고요. 환기를 위해서 가끔 C 프로젝트 같은 것도 기획해서 진행해 보고 싶어요."
4. 마지막 할 말을 통해 분위기 좋게 면담 끝내기
"또 하고 싶은 얘기 없으세요?"
Tip. 업무적인 질문보다는 이번엔 일과 관련된 개인적인 질문을 해보자. 요즘 내가 고민하는 일에 관련한 솔직한 생각이면 더욱 좋다. "팀장님은 일이 지겨울 때가 없으세요?", "팀장님은 일이 잘 안 풀릴 때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팀장님은 어떨 때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세요?" 등 평소에는 하지 못할 이야기 주제들을 얘기해 볼 수 있고, 조직장의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다.
이외에도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반대로 업무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등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비는 미리 필요하다. 물론 시뮬레이션도 적당히 필요하고! 면담이 불편한 1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것을 얻어내느냐에 따라 유익한 1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얘기가 나눠져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조직장에게 불만이 있었다고 날카롭게 내 얘기만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평소 피드백을 줄 때 부정적인 언어로 내 감정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라면 "팀장님 피드백 주실 때 너무 말을 막 하세요.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보다는 "팀장님. 저는 칭찬받을 때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드는 성향인 것 같아요. 팀장님 주시는 피드백이 많이 도움 되는데, 제가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비교해서 피드백 주시면 앞으로 제가 일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내뱉는 말들은 방향성이 있어서 자칫하다가는 누군가에게로 꽂힐 수가 있다. 그래서 너는 이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나는 이래!라고 말하는 것이 더 부드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남이 말하는 나에 대해 바로 수용하기는 어려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