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읽고 쓴 글
글쓰기 학교인 맑은샘학교 부모로서 글쓰기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만든 '글쓰샘'
번갈아 가며 뽑은 글을 공유하여 함께 읽고 글을 쓰는 모임.
규칙
- 분량은 자유
- 마감 기한 엄수
- AI 사용 금지
개
칠판에 이 단어를 쓰고 떠오르는 게 있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귀여워요, 키우고 싶어요.’
‘개 하면 충성심’
‘나 개 개좋아해. 개좋아’
‘어우, 개 진짜 무서워요.’
‘개XX? 히히’
이렇게 좀더 설명을 덧붙이면 어떨까?
나 오늘 개에게 다리 물려서 병원 다녀왔는데 피가 엄청 많이 났고 살점이 떨어질 뻔했어. 작고 귀여운 개라서 이런 일 있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
쓰고 나니, 한 단어로 말하지 않고, '문장'으로 쓰고 '글'로 쓰는 이유는 맥락을 이해받기 위해서인가 싶다. 그렇다면 더 길게, 많~~~~이 설명하면 내 의도에 부합하는 반응이 나올까?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똑같은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거니까.
학교에서 문학 작품 감상하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가르치는데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작품 자체만으로 감상하기, 작가 위주로 감상하기, 독자에 미치는 영향 위주로 감상하기, 시대적 배경을 중시하여 감상하기. 아니면 앞서 나온 모든 것을 고려해서 감상하기.
예를 들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임’을 ‘부처, 깨달음’, ‘독립’, ‘연애하다 헤어진 옛애인’ 등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고, 작가인 한용운은 승려였으며, 어제 여자 친구와 이별한 독자 ○○이를 놓고 보면 그렇다.) 마치 실험대에 올려놓고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보고 옆에서 보는 다양한 감상이라 하겠다.
다양한 잣대로 보면 이렇게 글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그러니 애초에 정확한 전달 같은 건 처음부터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글은 읽는 사람의 수만큼 다시 생성되는 것이고, 읽는다는 것은 쓰는 것 못지않게 ‘생성하는 일’이 아닌가 하면서.
이렇게 ‘읽는다는 것’은 ‘쓰는 것’만큼이나 생성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글을 나의 경험과 관점에 맞게 내 안에 스미게 하는 것이 읽기니까. 읽기와 쓰기 모두 생성이라면 나는 늘 두 방향에서 나의 삶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조금 바뀌었다.
그동안 더 고급스러운 어휘와 매끄러운 흐름, 적확한 비유,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 이런 것들을 글에 담아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주어진 텍스트를 읽은 나는 ‘그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글쓰기가 가볍고 고마워졌다. 그래서 좀 더 막(?) 쓸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온 나의 삶, 혹은 나 자체, 그게 내 글에는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보이는 말도, 나에게 올라오는 감정도 모두 그렇듯이 글도 나인 거다. 그 삶이 담긴 글은 인공지능이 아니라서, 내가 오달빛지능이라 쓸 수 있는 글인 거다. 사람들에게 내 글은 낯설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하다. 그 글은 그 자체로 나인 거다.
또한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는지 역시 그들 자신이다. 내 글에 담긴 무수히 많은 결을 모두 알지는 못할 것이다. 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으로 다시 생성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의 글에서 자신의 삶을 읽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 역시 내 삶의 모든 결을 여과 없이 쓸 수 있는 것은 또 아니다. 애초에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쓰는 이 글은 내 삶이고 나 자체지만, 내 전부도 모든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의 나도 아닌 것이다. 다시 그냥 ‘지금, 여기’의 내가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내지능의 (한계가 아니라) 자유이고 해방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만을 정직하게 담아내면 충분한 것이다.
쓰는 일과 읽는 일은 모두 생성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나와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데이터로 글을 생성한다. 나는 하나뿐인 나의 삶으로 글을 생성한다. 하나라는 것은 독점적이라는 거고, 비교대상도 경쟁상대도 없다는 거다.
나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생성형 ‘내지능’으로 쓰고 읽고 신나게 해보고 싶다. 한 사람의 삶이 담겨 있는데, 잘 쓰고 못 쓰고는 이미 기준이 아니지 않은가?
글쓰기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위 세 글자가 어떻게 다가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