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읽고 쓴 글
최고의 팀은 팀원이 똑똑할 때가 아니라, 서로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만들어진다고 한다. 농구로 치면 선수 저마다의 화려한 개인기가 아니라, 그들이 코트 위에서 주고받는 사소한 소통 방식들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이다. 팀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것이 구성원의 역량이 아니라, 서로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단순한 소속 신호 몇 가지뿐이라니, 그게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뛰어난 팀의 소통 방식은 대략 이렇다.
- 물리적으로 가깝다.
- 자주 눈을 맞추고 악수나 포옹 같은 스킨십이 자연스럽다.
- 짧은 시간 안에 대화가 활발하게 오간다.
- 모두가 모두와 섞여 어울리고, 남의 말을 끊지 않는다.
- 질문이 많고, 깊이 경청한다.
- 회의 중에도 유머가 오간다.
- 사소한 감사와 배려를 습관처럼 나눈다.
오… 이렇게만 하면 최고의 팀이 된단다. 팀원들이 저마다 조금은 부족해도 어느 팀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단다. 그런데 나는 다시 궁금해졌다. 이게 ‘국영수 위주로 교과서 여러 번 읽으면 수능 100점 맞는다’는 이야기랑 뭐가 다를까?
가령, 위에 제시된 소통 방식 중 ‘말을 끊지 않는다’는 걸 보자. 다른 사람의 말을 끊지 않는 게 관계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룰루랄라~ 말을 다 끊어먹어야지~!” 하면서 그게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 꼭 하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가 급히 올라오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참고 싶어도 결국 끼어들게 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스킨십이 자유로운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안전해서 나오는 소통 방식인 건지, 그런 소통 방식 때문에 안전해지는 건지 자꾸 순서가 헷갈린다. ‘유머가 오간다’는 말도 이미 안전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의 텐션(!?)이 올라가서 나오는 결과가 아닌가 싶고 말이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그저 흉내 낸다고 가능한 것은 없다고. 육아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내 경험으로 볼 때 세상 대부분의 중요한 일은 기술만 배워서는 어딘가 모자란 듯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는 것도 내가 이미 좋은 사람이라야 하고, 좋은 양육자가 되는 것도 내가 이미 좋은 사람일 때라야 가능하다는 걸 배웠다. 나의 이 논리대로라면, 팀원들과 안전한 소통 방식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안전한 팀원으로 팀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흉내 내려고 애써봤자 소용없다면, 정말 다시 태어나야 할까? '완벽하게 안전한 사람'이 먼저 되어야만 저런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 평생 제대로 된 시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만든 복잡한 생각에 답답해질 때쯤, 내가 좋아하는 말이 떠올랐다. 일정한 양을 애써 쌓다 보면 어느 순간 질이 바뀐다는 ‘양질 전환’이 그것이다. 흉내 내기에 그치는 것은 진짜와 다르겠지만, 그 흉내를 애써 쌓아가면 언젠가는 자연스러운 삶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하루아침에 완성해야 한다는 무거움을 좀 덜어내니, 일단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나에게 보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나 스스로가 내 안의 안전을 서서히 쌓아나가는 것. 둘째, 내가 속한 팀 안에서 내가 안전한 사람으로 머무는 것. 이 두 가지는 사실 한 덩어리다. 나에게 먼저 안전을 쌓아가는 일은, 책에서 제안하는 것을 나에게 하면 될 것이다.
-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을 끊지 않고 집중해서 들어주기.
- 나의 실수에 정색하는 대신 유머로 넘겨주기.
- 나에게 자주 감사하고 나를 안아주기.
- 가능하다면 거울 앞에서 시선을 마주치고 웃어주기.
책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이런 조언을 남기는 이유는 당신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 높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라면 이 기대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는 피드백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대한 실험이었다. 이 기대가 압박감이 아니라 멋진 응원처럼 들리는 이유도 ‘안전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인 듯하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신호가 충분히 전달되고, 안전함 안에 머무를 수 있다면 어떤 채찍질도 나를 돕는 응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책 내용에 따르면 나의 역량을 갈고닦는 것보다, 내가 ‘나’ 안에서 안전한지가 늘 중요하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는 말이 내 안에서도 적용됨을 알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나 자신과 좋은 팀이 되는 일인 것이다. 그 후에야 무엇이든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