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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Feb 26. 2019

자소서는 잘 준비된 재료를 맛있게 다듬고 요리하는 과정

공식은 없다. 분명한 목적과 독자가 있는 '글'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자.

기본기 다지기와 실전을 구분해야 한다.

21, 22회차의 글을 통해 생각의 전환이 성공취업의 시작이며, 생각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재료의 확보가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지원자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자기소개서를 수차례 수정하고, 면접을 앞두고 수백 개가 넘는 예상질문과 답변을 뽑아 철저하게 준비를 해보아도 합격할 수 없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생각과 내용'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드러내고 싶은 의도(키워드)와 눈에 띄는 표현'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상자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나만의 진심 어린 고민 대신, 인사담당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화려한 포장 스타일을 오랜 시간 찾아 헤맨 것이 문제이다. 진짜 변화는 포장과 표현이 아닌 내용물 자체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자소서와 면접은 '포장과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재료와 내용물의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었을 때 '자소서, 면접 준비방법' 또한 의미가 생긴다.


"先재료확보, 後자소서와 면접", 명심하자.


자기소개서 작성, 이것만 기억하자.

내 입으로 '역량과 결과(그 결과 대상을 탔고.. 그 결과 교수님이 박수를 쳤고.. 그 결과 정규직 제안을 받았고..)'를 드러내지 않아도, '팩트와 사실(시간 대 별로 제품의 진열을 바꾸고, 시간 대 별 주요 방문 고객의 특성에 맞게 ㅇㅇㅇ을 묶어 판매함으로써)'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내 글과 말을 보고 듣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역량과 태도를 파악할 수 있다. 지원자들이 해야 할 일은 입에 침이 튀도록 나의 이력과 성과를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라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경험근거와 팩트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3요소를 차례로 살펴보자.



1) 차별화는 소재가 아닌 생각의 차별화를 통해 달성된다.

ⓐ '나는 이상(異常)한 사람이다. 누구나 하는 경험들은 피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과감하게 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 지식, 정보는 항상 낯선 것들 간의 결합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고, 남들과 같은 지식, 같은 생각을 갖는 것으로는 나만의 고유한 기술과 영역을 구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진짜 영업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는 고객, 경쟁사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던 고객들과 신뢰를 쌓고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교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 '마케팅이란 1 만큼의 제품에 9의 가치를 입혀 고객이 10 이상의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특정 브랜드나 제품만이 갖고 있는 스토리, 정체성,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스펙, 가격, 채널까지 살뜰히 챙길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이유이다.'

과거 05화에서, 그리고 신간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에도 사례로 들었던 예시들이다. 도전정신, 배려, 소통, 열정과 같은 키워드 없이도 주관적인 생각을 제시할 수 있다. 오히려 키워드를 사용할 때보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차별화는 시작될 수 있다. 지원자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경험, 과거, 지식들을 돌아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와 깊이를 더해보려는 시도와 고민 그 자체이다. 다만, 직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면 곧바로 '정의나 비유'에 집중하기 보다는 '직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그대로 드러내보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의나 비유'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내용물은 버려두고 포장에만 신경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 FACT와 생각의 결합을 통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자소서는 어떤 경험이나 현상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성격의 설명문이 아니다. 자소서는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고, 타인을 설득하는 논설문에 가깝다. 자신이 채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뚜렷한 팩트와 근거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회사담당자들이 나를 채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글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데만 신경 쓴 글은 견해가 담긴 자기소개서가 아닌 자기기술서에 불과할 뿐이다.
앞서 차별화는 소재의 차별화가 아닌 생각의 차별화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본인에게는 차별화된 소재가 없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들도 쉽게 하는 경험밖에 없더라도 자신이 어떤 관점, 기준을 가졌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상황, 같은 정보라도 그것을 차별화하는 힘은 자기만의 생각을 제시하는 데서 시작되고, 구체적인 팩트와 함께 그와 관련된 자신만의 생각이 제시될 때 논리가 완성된다.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 중)


앞서 차별화가 '자신만의 생각' 제시에서 시작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FACT'이다. '타이어는 자동차 완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품이라는 점에서 타이어산업은 매력적이다'라는 문장은 'FACT가 없는 주관적 생각'이다.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우 중요한 부품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어떤 측면, 이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재하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주행성능, 안전성, 주행감, 그리고 연료효율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생각한다'와 같이 구체적인 FACT를 함께 제시하면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3) 'Detail+Simple'은 설득력을 배가시킨다.

사람들은 삽화 하나 없는 소설책을 보면서도 본인이 마치 주인공의 입장에 빙의라도 된 듯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며 소설 속 상황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의 얼굴과 표정,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과 주변 상황을 본 적도 없지만 생동감 넘치는 상황설명과 디테일한 묘사들로 인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 속에 선명한 이미지를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에 빠져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디테일의 힘이다. 소설가들은 등장인물들의 감정, 주변 상황과 풍경을 독자들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힘들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을, 아름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독자들 스스로가 그 감정을 느끼고,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 중

구체적인 사실 전달은 보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구체적인 스토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에서 당시의 상황, 주인공의 감정과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생각해보면 쉽다. 구태의연하게 나의 성과나 결과, 교훈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인사담당자들이 나를 판단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 자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Detail의 힘이다.

Simple은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이다. 수십 가지의 이유를 들어 상대방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이유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게 더 무섭고 강력하다. 내가 찾고, 고민한 것들을 모두 쓰고 싶다는 욕심 보다는 '반드시 드러내고 싶은 주제'에 집중하고, '주제를 드러내는데 필요한 핵심정보'들만 추려 제시할 수 있는 Simplicity는 자소서에서도, 면접에서도 한 끗을 가르는 핵심이 된다.


"구체적으로 쓰면서 간결하게 쓰는 게 가능합니까?" 이 맘 때 즘이면 지원자들이 항상하는 질문이다. 물론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답변이다. 다음 사례를 보면서, Detail+Simple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한다.

자신이 성취했던 구체적 사례 [300자]
ㅇㅇ동아리 회장을 맡을 당시, '보물찾기'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ㅇㅇ로부터 300만원 가량의 광고비를 받았습니다. 축제기간을 십분 활용한다는 논리와 체계적인 홍보 계획과 전략을 제대로 인정 받은 결과 였습니다. 2주 전 티저 홍보물을 교내 곳곳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고, PM으로 있던 회사와 협력하여 저렴한 단가에 고품질의 포스터, 현수막을 포함한 디자인 패키지 일체를 납품 받았습니다. 축제 1주 전 본 홍보를 시작했고, 전 날 밤 보물을 숨기고, 당일 보물지도 배포 및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여 좋은 호응과 결과를 얻었습니다.


자소서 항목 별 작성법 간략 가이드

자소서는 분명한 목적과 독자가 있는 '글'의 일종이다. 정해진 공식과 방법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게끔 자신의 생각을 온전하게 드러내고, 그 생각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찾기와 서술방법만을 치열하게 고민해도 충분하다. 자소서 항목 마다 별도의 작성법을 찾고 애써 공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자기소개서 항목 별 작성법’을 찾기 보다는 '글'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각 항목들을 작성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앞서 제시한 자소서 작성을 위한 기본 3요소를 기억하면서 각 항목 별 작성법에 접근해보자.


1) 이 죽일 놈의 '지원동기' 작성법

지원자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애초부터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워트레인,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비료, 인프라 등 이제껏 생각해본 적 없는 생소한 산업, 사업들과 나의 연관성이나 특별한 계기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거니와 마치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도 아침드라마급으로 억지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반면, 지원동기를 '내가 이곳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로 치환해보자. '나는 통신산업이 ㅇㅇㅇ ㅇㅇㅇ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가서 지원했다'와 같은 식이다. 충분히 자연스럽다. 지원자들은 우연한 연결고리가 아닌 자신들이 느낀 '매력이나 관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접근하는 과정에 있어서 무작정 지원하는 회사의 신사업, 수상내역, 기술동향 등을 나열하지 말자. 대신 1) 지원하는 회사가 속한 산업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먼저 드러낸 다음, 2) 지원하는 회사가 동종 산업군 내 경쟁사와 다른 점을 제시하면서 그 차이점이 어떤 이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함께 제시해보자.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물류가 가능해짐으로써 기업들에게는 글로벌화와 생산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소비자들에게는 ~ 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L사는 0개 대륙, 00국가에 확보된 제휴 네트워크를 통해 육류, 해상, 철도를 아우름으로써 경쟁사 대비~' 타 산업, 타 회사가 아닌 당사에 지원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심지어는 면접까지 한번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 스티브잡스에게 배우는 성장과정 작성법

스티브잡스가 자기소개서의 성장과정 항목을 직접 작성했다면 이렇게 작성했을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자소서로 갈음한다. 자세한 내용은 스펙을 초월하는 자소서, 기존에 게시된 브런치 매거진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you cannot connect the dots...>

내가 하는 일들이 앞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내가 찍어온 인생의 점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가고 있는 길이 분명 미래에 연결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계층 부모에게 입양되어 리드칼리지에 입학했을 때 학비 문제로 한 학기만 다니고 자퇴해야했다. 자퇴 덕분에 따분한 수업들은 제쳐두고, 평소에 듣고 싶고 관심이 많았던 서체학 수업을 도강할 수 있었다. 이때 심취했던 서체학 덕분에 맥킨토시를 개발할 때 애플만의 철학이 담긴 서체를 개발할 수 있었다.

평생 몸을 바쳐 키운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 절벽에서 뛰어내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주들의 요구, 내부의 의사결정에 휘둘려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회사에서 쫓겨난 덕분에 하고 싶었던 일을 순수하게 좇을 수 있었고,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픽사에서 세계최초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에 도움이 될까, 나는 미래에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나를 믿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통해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확고한 신념과 묵직한 끈기로 내 꿈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내용의 일부를 발췌해서 구성해본 내용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드러냈고, 자신의 경험을 자신이 드러낸 철학의 관점에서 풀어나갔다. 잡스가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갖고 살아온 사람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지원자들도 할 수 있다. 나만의 철학/가치관을 분명하게 제시해보자. 그리고, 그 철학과 가치관을 경험을 통해서 드러내자. 그럼 성장과정은 완성이다.




분량 상의 문제로 지원동기, 성장과정만 다루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자소서는 일종의 글이지, 정해진 규칙과 형식이 정해진 글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더자세한 설명과 추가 사례는 기존에 발행된 브런치 매거진과 신간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를 참고하길 바란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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