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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Feb 19. 2019

달라진 관점으로 나/회사/직무 재료를 확보하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을 못하는 진짜 이유는 '제대로 몰라서'다.


쓰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원자들만의 지식착각에서 비롯된 자기합리화다. 서둘러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고픈 조급한 마음은 지원자들이 더 깊은 지식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지식착각은 말 그대로 ‘알고 있다’는 착각을 말한다. 나는 분명히 쓰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알맹이도, 내실도 없다는 사실을 지난 글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지원자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기소개서, 면접 대비가 아니다. 나, 회사, 직무 3요소에 대한 나의 무지를 자각하고, 기초적인 재료부터 하나씩 찾고 정리해봄으로써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먼저다.




모든 생각의 중심이자 판매의 대상 '나', This is me!!

지금까지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 면접을 통해서 회사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의 태도와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근거는 생략하고 ‘결과, 교훈, 판단’을 드러내는 데만 집중했다. “인턴 업무를 수행하는 3개월 내내 주인정신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전사적으로 진행했던 A프로젝트에서는 높은 기여도를 인정 받아 정규직 전환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인턴 최초로 해외박람회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 입장에서 이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 아무말 대잔치다. 과거의 모습을 흐뭇하게 회상하며 자신의 책임감과 주인정신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생각했다면 완전한 착각이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업무를 맡아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 없이 정규직 전환 제의, 해외출장 경험이라는 결과를 통해 뿌듯함만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일방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이다.

학교 축제 기간 동안 기업의 상품을 학교 곳곳에 숨겨, 학생들이 보물찾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브랜드와 상품을 접할 수 있는 보물찾기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내 돈이 아닌, 회사의 돈으로, 회사홍보의 효과를 높이고, 동아리도 알리고,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즐거움까지 선사할 수 있는 1석 3조의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간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 中)


회사/인사담당자들에게 '판단 자체'가 아닌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명언이나 속담은 무엇이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했고, 어떤 동아리/학회에 들어가서 어떤 활동들을 했으며, 내 인생에 잊을 수 없었던 수업은 무엇인지, 인턴생활 동안 숱하게 몰아치는 문서작업을 빠르게 쳐낼 수 있었던 나만의 노하우는 무엇이었고, 조직생활을 통해 느낀 협업의 민낯이 무엇인지, 공모전에 참가해서 해당 주제를 잡았던 이유는 무엇이며, 그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선택한 접근법과 이유는 무엇이고, 솔루션을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등등까지 지금까지 선명하게 드러내보지 못했던 과거 기억의 파편들을 하나씩 찾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보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에 도움이 될 인생기술서 양식은 필자의 블로그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백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엑셀을 활용한 분절적,단편적 경험 정리보다 본능적이면서 강력하고, 새롭고, 신선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 과거, 경험, 생각의 조각들 그 자체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재료 준비 과정 없이는 요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써보자.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핵심이다 - 산업/회사

회사의 지원동기라고 하면 다들 ‘연결고리’를 생각한다. 내가 이 회사를 지원하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런데, 철강, 플랜트, 도로, 물류, 타이어와 내가 어떤 인연, 관련이 있을까. 친인척 또는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가 아닌 이상에야 수없이 많은 산업군 내 기업들과 나의 연관성을 찾아 억지스런 감성팔이 자기소개서 밖에 작성할 수 없다. 단언코 얘기하건데 지원동기 작성을 위해서 '나와 회사와의 연결고리, 이 회사를 지원한 이유 자체'라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모든 산업의 시작과 혁신은 물류와 유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물류와 유통은 사업과 사업, 사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산업입니다. IT, 제조업, 화학, 에너지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의 원가경쟁력 확보,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을 통한 글로벌 시장의 진출까지, 모든 산업의 혁신적 변화도 물류에서 시작될 것이며, 그 중심에는 ㅇㅇㅇ가 있습니다.
(신간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 中)


지원하는 산업과 기업은 애초에 나와 관련이 없다. ‘정말 옛날부터 꿈꾸던 기업입니다’라는 주관적인 감정이 아니라 ‘지원하고자 하는 산업과 기업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가 관심을 드러내는 방법이자 지원동기, ‘그 자체’가 된다. 단순하게 지원하는 기업의 재무제표나 평판이 좋아서 관심이 갔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느낀 주관적인 매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가 관심이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지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원 산업/기업과 관련된 희귀한 최신 정보나 수치가 아니다. 지원하고자 하는 산업, 회사의 사업영역과 제품/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회사나 직무나 접근은 동일하다.

직무 지원동기에 접근하는 맥락도 유사하다. 다양한 직무 관련 경험 자체는 결코 직무에 대한 관심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N년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다양한 인턴과 공모전 경험을 통해 관심을 쌓았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관심의 이유는 없고, 부사와 형용사를 잔뜩 사용하며 행동과 결과 자체만으로 관심이 있음을 인정해 달라고 회사 담당자들에게 '자신의 관심을 강요'한다. 내가 면접관이었어도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전사적 차원에서의 기업비전 달성과 내실강화를 통한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전략적인 자금 조달과 운영 업무로부터 가능해진다. 계획적인 자금운용 계획의 수립,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과 방식에 대한 고민, 투자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협상을 통해 자금조달비용을 최소화하고, 사업에 필요한 적정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회사가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관심은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나의 직접적 경험에 대한 언급 없이도 직무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드러냄으로써 직무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직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이 되어야 주관적인 생각이 싹 틀 수 있지만 겉핥기 식으로 취업전문가들, 인사담당자들이 설파하는 '필수역량'이라는 껍데기에만 집중해왔다. 내가 고른 무기가 총인지 칼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두르고, 던지고, 입에 넣고 보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직무에 있어서도 지원자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직무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직무를 제대로 아는 것 자체가 직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수 있는 기반이자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내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생각거리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위하는 사업이 같을까 다를까?

위탁생산이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산업까지 위탁생산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을까?

증권사와 은행의 역할 차이점은 무엇이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1금융권과 2금융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제조회사일까, 유통회사일까, 브랜드회사일까, 판매회사일까?


재무와 회계는 학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각각의 학문적 목표는 무엇일까?

재무부서와 회계부서의 업무는 어떻게 다를까? 하위 부서는 어떻게 구성될까?

마케팅의 사전적 정의는? 마케팅과 영업은 다른 의미일까 아닐까? 마케팅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생산관리, 품질관리는 기술직일까 관리직일까? 생산기술과 생산관리는 무엇이 다를까?


별 것 아닌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상기 질문들은 지원자들이 부족한 회사, 직무에 대한 지식을 보완해줄 수 있는 난이도 있는 질문들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검색하고,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피상적인 껍데기를 찾고 암기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진짜 지식을 공부하고, 깊이를 더해가는 의미를 몸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신간 '스펙을 뛰어넘는 자소서', 저자: 옴스


더이상 자타칭 전문가, 주변 선후배, 현직자, 인사담당자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 나, 회사, 직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제대로 된 재료들을 쌓아 나가자. 3요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름의 기준과 방식으로 이해도를 높이고, 깊이를 더해가는데 주변의 참견 따위는 필요없다. 정답은 항상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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