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스킬은 일기장에. 상사 취향 별 맞춤형 보고서 제작이 핵심.
부조리함과 답답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구축하고 꿈을 펼치고자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어찌보면, 절대다수의 신입사원들이 '우리회사는 체계가 없다'라며 유토피아적 회사를 찾아 헤매는 사이, '헬조선 어딜가도 체계도 맥락도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재들의 품으로 연착륙하여 빠르게 회사생활에 적응하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적어도 회사생활 초년생에게는 실력보다 요령이 중허다. 소처럼 묵묵하게 일만하거나 혹은 늑대같이 음흉한 욕망을 드러내는 이들보다 안테나를 세우고 수시로 스캐너를 돌리며 기민한 액션을 준비하는 여우들이 더 인정 받을 수 밖에 없는 곳이 헬조선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아재들 사이에서 센스 있고, 일 잘하는 사원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초고급 스킬들을 준비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1.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체계를 파악하고, 세부적인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신입사원 입장에서야 무슨 일이든 새롭겠지만 막상 회사 일만 놓고 보면 새로울 일은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잡일을 기준으로 보자면 매일, 매주, 매월 정해진 시점에 해야 할 업무들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는 각 업무 상황과 내용에 따른 보고서 양식 마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직무 별로 살펴보면, 영업의 경우 고객사로부터 문의가 접수되고, 그에 따라 유관부서에 협조 요청하고, 견적을 보낸 뒤 상담과 계약까지 순차적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부분의 업무와 그 흐름은 하나의 빅픽쳐 안에서 무한루프를 반복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때문에, 나에게 당장 주어진 업무 하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업무 흐름과 일정들 속에서 각 직무 별 고유업무와 잡무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구분된 영역을 색칠해 나가는 과정이 더 쉽고 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옆에서 한 마디씩 툭툭 던져본다. "계약서 왔으니까 법무팀에 법무검토 의뢰 보내고, 설계팀에 견적 요청하면 되겠죠?" 세부적인 업무 방법과 스킬들은 천천히 익혀도 된다. 한 번 시작한 업무는 평생 고정업무가 되어 버리는 만큼 되도록 흐름만 열심히 파악해 두고 일을 주기 전까지는 나대지 말자. 한 번 건넌 요단강은 돌아갈 수 없다.
2. 상사 별 업무 스타일을 파악해라. 창의성도 스킬도 우선 고이 접어 넣어두자.
관리자의 마인드로 빅픽쳐 위주로 업무를 관망하다 보면 점차 업무가 주어지는시점이 온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업무에 나서지만 찜찜하고 기분 나쁜 상황이 계속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기도 하고, 졸업과 함께 봉인됐던 화려한 PPT, Excel 스킬들을 맘껏 발휘해 보기도 하지만 일언지하에 default로 돌아간다. "그냥 저걸로 하지?", "폰트 12로 다 키우고, 궁서체로 바꿔", "이런거 말고 그냥 회색 음영으로 바꿔" 정확히 요령 없는 짓이다. 되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는 일기장에 적고, 화려한 PPT 스킬은 참고 참아 연말 망년회 때 맘껏 뽐내면 된다.
결국, 모든 업무는 기승전 상사 마음대로다. 이게 포인트다. 내 생각과 기준이 아니가 상사가 마음에 들어할 만한 일을 마음에 들어할 만하게 일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한 아재들은 지독하리만치 유도리 없게 자신만의 업무 방식과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전이라 생각하는 반면 자신만의 방식과 스타일에 따른 업무 결과물에는 자연스레 무장이 해제된다. 그들이 좋아하는 제목 스타일, 표, 폰트 크기, 색깔을 파악해두고, 업무상 이메일을 작성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들도 살뜰히 챙겨둬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업무 보고를 하는 시점, 업무 보고를 하는 스타일, 보고서 작성 시에 사용되는 소제목들과 문체까지 파악해 두면 더욱 좋다.
각 상사마다 갖고 있는 틀과 방식을 이해할 것. 그리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포인트다.
3. 업무 시작 전 반드시 복명복창을 통해 선명한 밑그림을 그린다.
두 번 일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내 성격이 그렇다. 이미 마친 업무를 다시 하는 것 만큼 비효율적이고 속이 끓어 오르는 일도 없다. 분명, 하루종일 개고생해서 시키는 대로, 해달라는 대로 준비를 다해왔건만 호떡 뒤집기보다도 더 간단하게 엎어 버린다. 두 가지다. 상사가 지시를 정확하게 하지 못했거나 혹은 내가 상사의 지시를 찰떡같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분별한 삽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업무지시'가 일어나는 순간에 해야 할 일들 최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 업무에 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업무지시를 받으면, 필자가 이해한 업무 내용과 보고서의 흐름에 대해서 간략하게 복명복창하면서 확인을 요구한다. (너무 알려 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 업무의 내용과 흐름을 이렇게 이해했다라고 얘기하면 자연스레 맞다/아니다의 답변이 날아온다.) 이해가 가지 않거나 미진한 부분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진도를 나가면 빽도가 될 확률이 90%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을 두 번 하지 않기 위해서 상사의 업무 지시 내용을 복명복창하면서, 밑그림과 뼈대가 그려진 다음에야 업무를 시작한다.
어깨치수, 가슴둘레, 손목둘레, 목 둘레 등등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재단할 수록 몸에 착착 감기는 수트를 입을 수 있다. 보고서도 그렇다. 최대한 많이 확인하고 물어야만 취향저격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 "고객님, 원하시던 맞춤 보고서 나왔습니다" 창의적,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게 아니라 떠먹여 달라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날카롭고 정확하게 캐치했다. 그게 바로 헬조선 업무처리 방식의 핵심이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 대로 좋아하는 스타일 대로 정확한Customized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바로 빠르게 업무적 능력을 인정 받는 길이다.
내용이 아직도 많다. 여기서 우선은 끊고 2편에서 내용을 이어간다.
O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