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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Jan 23. 2018

부족한 직무지식을 자각하지 못하는 취준생들

지식착각(illusion of knowledge)에 빠진 지원자들

“지원 직무에 대한 관심과 보유 역량”이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자소서 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도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실제로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 공공기관 채용에 있어서도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반으로 한 직무 관련 경험이나 역량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부각될 정도로 직무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이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이렇게 날이 갈수록 지원자들에게 요구되는 직무 이해도와 전문성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지원자들의 직무이해도와 지식은 잰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름대로는 직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노력도 했다고 하는데 탈락만 반복된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Ohms: 영업직무에 관심이 많으시다고요?
지원자A: 네. 대학교 때부터 영업직무에만 쭉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Ohms: 영업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대로 얘기해주세요.
지원자A: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고, 음, 매출을 극대화합니다.
Ohms: 그리고요?

필자가 지원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건네는 세 종류의 대표 질문들 중 하나가 바로 직무와 관련된 질문이다. 지원직무에서 수행하는 기본적인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직무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를 갖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져보지만 위의 사례처럼 이 같은 기대가 무너지기까지는 단 한두 개의 질문이면 충분한 경우가 90% 이상이다. 냉혹한 취업시장을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절박함은 가득하지만 직무에 대해 자신 있게 풀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지식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더 큰 문제점은 지원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갖고 있는 이 같은 문제점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착각(illusion of knowledge) 에 빠진 지원자들
사람들은 익숙함을 참된 지식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변기, 자물쇠, 자전거 등 평소 사용하는 기계와 도구에 대해서 우리는 사용 경험도 많고 익숙하기 때문에 작동원리를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예로 들 경우 그저 페달이 바퀴를 회전시킨다가 아니라, 어째서 페달이 자전거 바퀴를 회전시키는지 설명해야만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전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을 왜 그렇게 되는지에 관한 지식으로 착각하며, 자전거에 대한 익숙함을 참된 지식으로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할 때마다 일상적인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지식착각(illusion of knowledge)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中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사람들은 익숙함을 참된 지식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처럼 취업에 임하는 지원자들은 ‘지원직무에 대한 관심을 지식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엄청난 절박함과 간절함을 눈에서 뿜어내며 지원 직무에서의 업무수행을 꿈꾸고 준비해왔다고는 하지만 딱 그뿐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한두 번의 질문만 던져보아도 내가 가진 지식의 한계를 가늠하고 발견할 수 있지만 스스로의 착각에 갇혀 스스로에게 현실적인 질문 조차 던져보지 못한 채 부족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원자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직무의 관심이 표현해낼 때면 자신의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해당 직무에서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기본적인 지식은 갖고 있는지’, ‘직무에서 수행하는 업무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나열하거나 설명해 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지원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절박함, 조급함, 간절함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각으로 직무를 바라보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B2B 영업]은 제안서 및 견적서 작성, 계약관리, 매출관리, 고객관리, 시장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제안서와 견적서 작성을 위해서는 기술사항과 계약, 가격사항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관 부서들과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세계 경제의 흐름과 정세 파악을 통해 신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각 나라의 규제와 정치적 상황에 맞는 영업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마케팅]업무는 넓은 의미로 4P Mix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품개발과 Pricing, 그리고 유통과 프로모션으로 이루어진다. 제품개발을 위해서는 면밀한 시장 및 고객 분석이 필요하며, 보다 경쟁력 있는 Pricing을 위해서는 회계 및 원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제품의 특징이나 콘셉트를 고려한 적합한 유통채널 및 프로모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품질관리] 업무는 품질경영, 품질설계, 품질개선 및 품질보증 업무 등으로 구분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수준 달성을 위해서는 촘촘하고 체계적인 품질경영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며, 고객이 원하는 적정 품질 수준 확보를 위해서는 각종 규격에 요구된 사항 및 제품 사용 용도, 고객의 보유설비 특성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극히 일부의 직무를 사례로 들었다. 적어도 관심이 있는 직무라고 한다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는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진짜 직무 관심이요. 이해'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스텝이요. 이와 함께 직무에 대한 무지와 부족함을 구체적인 팩트들로 채워나가려는 꾸준한 노력이 두 번째 스텝이다. 첫 번째 허들을 넘긴 이들을 위해 두 번째 도약에 힘을 보태줄 방법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본다. 지금부터 주변 사람들 혹은 회사 형님들에게 착각 속의 간절함 대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직무 관련 지식을 보여줄 수 있는 기초를 쌓아보자.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직무 관련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학교에서, 동아리에서, 회사에서, 만약 관심이 가는 상대가 생겼다면,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색깔을 좋아하며, 어떤 장소에 주로 가는지 등등까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더 얻고자 안달했을 것이다. 직무한테도 많은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리고, 정보에는 비대칭성이 있어서 부지런히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이들은 그 자체로 강점을 갖게 된다.


1)  열심히 검색하라.

지원자B: 대학교 내내 마케팅 관련된 경험을 쌓아왔고, 공모전 상도 탔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Ohms: 마케팅 직무는 무슨 일을 하는 직무인가요?
지원자B: 소비자의 needs를 파악해서 만족시킴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Ohms: 그걸 어떤 식으로 하는 건데요?
지원자B: 시장조사를 통해 니즈를 분석하고, 기발한 광고나 프로모션 활동을 함으로써…?

정말 간단하고 손쉬운 과정임에도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직무 키워드를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검색해본 이들은 거의 없다. 일례로 인기 직무 중 하나인 마케팅 직무를 지원하는 지원자들에게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답변하는 이를 만나본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소비자 니즈 파악, 고객만족 극대화, 효과적인 프로모션 등과 같이 1차원적인 답변 한 번으로 모든 지식을 소진해 버린다. 아래 캡처 화면처럼 N사 지식백과만 사용해서 검색해 보아도 훨씬 고차원적인 마케팅의 정의를 얻을 수 있지만 이런 간단한 노력 조차 기울이지 않고 '직무를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일일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아래 마케팅의 사전적 정의만 잘 분석해 보아도 현업에서 이뤄지는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N사뿐만 아니라 구글, 다음 등 다양한 포털을 활용하여 직무의 사전적 정의에 대한 정보부터 현직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 SNS나 블로그를 통해 생생한 현업 이야기까지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광고로 뒤덮인 N사의 지식백과에서 검색한 '마케팅'


2) 채용페이지와 채용블로그를 적극 활용할 것

요즘에는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가 되는 기업들의 경우 별도의 채용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 각 직무 별 소개와 ⓑ 현직자 인터뷰 등을 통해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회사 별로 직무소개, 현직자 인터뷰가 잘 되어 있는 곳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정보가 빈약할 곳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경우에는 지원하는 기업의 채용사이트에만 묶여 발을 동동 구를 것이 아니라 동종 업계 내에 있는 타 경쟁사의 채용페이지를 통해서 동일한 직무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 내에서는 직무 별 업무 또한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원하는 기업의 채용페이지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면 경쟁사 사이트로 가서 정보를 훔쳐보고 오도록 하자.


또한, 그룹사 기업 별로 별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곳들도 있는데 잘 챙겨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 채용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재밌는 콘텐츠로 만들어서 올리는 곳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직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LG그룹의 경우 그룹 채용 페이지에서 직무 관련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있지만 LG화학의 경우 케미토피아라는 별도의 블로그를 통해 현직 인터뷰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현대글로비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도 별도의 블로그를 운영하여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3) 정말 관심 있는 직무라면 책도 읽어보자.

경영학과 출신의 지원자들 중에는 전략/기획 직무에 관심 있는 지원자들이 꽤 많다. 그렇지만 위의 마케팅 직무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획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제대로 응축해서 제시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다. 나도 그랬다. 경영학과 출신으로서 이름 자체만으로도 폼나 보이는 기획 직무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기획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기획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기획과 관련된 책을 2~3권을 사세 탐독했고 나름대로 기획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 SK이노베이션 사업기획 최종면접을 볼 때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되었다.


정말 관심 있는 직무이고, 업무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책뿐만 아니라 기타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서라도 정보를 찾고, 업무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4) 맹목적인 현직자 신봉은 비추

현직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직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업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는 장점과는 달리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일단, 대부분의 현직자들은 대단위 직무 내에서 소단위의 세분화된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품질관리 내에서 품질경영, 생산관리 내에서 생산기술 등)가 대부분인지라 대부분이 '직무 전반에 대한 소개보다는 자신이 맡고 있는 세부 업무에 대한 소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현직자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내 중점 추진 사업이나 핵심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 또한 취업 준비에 있어 독이 될 수 있다. 회사에서는 부서마다 주어지는 주요 핵심과제가 다르며,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일 경우에는 전사 전략이나 세부 실행 계획들이 세부 조직 단위까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부 현직자의 조언을 전사 전략 내지는 중점 사업으로 오인할 경우 오히려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받을 가능성만 높아진다. 근원 모를 불안감을 채우기에는 현직자의 조언이나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사담당자들에게 내 생각을 설득하고, 최종 합격까지 가는 과정에 있어서 그 정도 수준의 정보는 too much이고, 불필요하다.


그래서, 현직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모든 말을 받아 적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해당 현직자가 맡고 있는 업무 이외에 해당 직무 전반에서 맡게 되는 업무는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그 안에서 현직자가 맡고 있는 세부 업무는 어디에 위치하며 그 역할은 무엇인지 등과 같이 직무에 대한 이해도 전반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먼저 질문하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목적으로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직무소개 페이지에서 소개된 직무기술 사항들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질문해보는 것들이  좋은 사례이다.


기업들의 채용 형태를 살펴보면 영업, 마케팅, 전략/기획, 설계, 생산, 품질 등 대단위 직무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세부 업무를 맡고 있는 현직자의 조언을 맹신하거나 현직자들만 아는 Unique 정보라며 흥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본질은 '직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고, 주변에 아는 현직자가 없다고 쫄지말자. 현직자를 직접 찾아가는 수고와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도 좋다.




꼭 자소서에 쓸만한 직무 관련 정보와 역량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열심히 정보를 탐색하고 여러 권의 책을 구매해서 읽어 보라는 것이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니다. 한두 번의 질문으로 바닥이 날 정도의 직무 관련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정말 관심 있고, 가고 싶은 직무라고 외치고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지원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이 바로 직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이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열심히 했는데 떨어졌던 것이 아니다. 부족함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고,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12화를 통해서는 이렇게 수집된 직무 관련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볼 예정이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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