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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Feb 06. 2018

입사 후 포부, 심도 있는 산업/기업/직무 분석이 핵심

포부로 풀어낼 구체적인 지식과 팩트가 필요하다.

1. 비전과 목표를 밝혀라!
2. 내가 가진 뚜렷한 비전을 보여줘라!
3. 회사의 비전을 참고하라!


온라인 혹은 취업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입사후포부' 항목 작성법이다. 그런데, 나는 지식이 미천해서 인지는 몰라도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를 못하겠다. 비전과 목표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회사의 비전을 참고하라니, 이건 마치 '큰 꿈을 선명하게 꾸고, 목표를 향해 쉬지 말고 정진하라'라는 손에 잡히지 않는 허무맹랑한 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업이나 실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억지로라도 이해해서 자소서를 써보려 하지만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론적이고 피상적인 말로는 포부를 드러낼 수 없다.
고객이 미래를 계획할 때 언제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증권인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기존의 고객들뿐 아니라 자산관리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의 삶의 목표를 달성하고 고객에게 기쁨을 드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진실로 다가가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신뢰를 드리겠습니다. (미래에셋대우 업무직 입사후포부 중)
KT의 Biz 영업사원이 된다면 3년 동안 업무의 이해도를 늘리고 성과를 내겠습니다. 이를 위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제공하겠습니다. 5년 차에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해외법인에 지원해 더 넓은 시장에서 신규 고객들을 발굴하겠습니다. 10년 차에는 영업전문가로서 후배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동반 성장하며 KT의 경영목표 달성에 이바지하겠습니다. (KT지원자 입사후포부 중)

미래에셋대우 업무직 지원자는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님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진실되고 믿음직스러운 직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어감 정도로 느껴진다. 그래도, KT Biz영업사원 지원자의 자소서는 조금 더 나아 보이는 듯하다. 고객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국내외를 넘나드는 신규 고객 발굴, 후배들과의 동반성장까지, 입사 후의 성장 계획을 순차적으로 밝혔을 뿐만 아니라 당찬 포부가 느껴지지 않는가.


정말 하나 같이 좋은 의도와 목표를 품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잘못된 작성 사례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고객을 위해 열심히 뛰고 고민하며, 고객 만족과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겠다는 식의 미사여구들만 늘어놓고 있지만 울림을 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지원자들이 강조하는 제품/서비스 고도화, 회사의 성장 기여, 고객의 행복/만족의 극대화 등은 모든 회사와 모든 직무에서 추구해야 하는 '원론적인 목표'일뿐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이렇게 너무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입사후포부는 인사담당자들에게 '차카게 살자',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을 전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입사 후의 당찬 포부가 느껴지지 않느냐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회사입장에서는 '뭘 하고 싶니'에 대한 일방적인 답변일 뿐 '어떤 일을 왜, 어떻게 해서 회사에서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연결'을 찾아볼 수 없다. "사내 MBA코스를 활용할 것이며, 기회가 된다면 해외전문가 과정도 밟겠다"와 같은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사내 MBA, 해외전문가 과정을 준비하겠다는 지원자를 좋아할 회사는 없다. 이를 마다할 어떤 직원도 없을뿐더러 회사에서는 '비싼 비용이 투입되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지원자' 보다는 '회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인재인지 여부 확인에 더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원론적인 목표' 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나의 관심사항' 보다는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대로 드러내 주는 것이 입사후포부 작성이 필요하다. 내가 열심히 할거라고만 얘기할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분명히 주는 바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서 지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교육은 들어가서 알아봐도 늦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채용 전형 단계에서는 MBA, 해외전문가 과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는 꾹 참아주길 바란다. 보통은 독으로 작용한다.)



결국은 Detail이다. 산업/회사/직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주변에 수소문하여 현직자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현직자들이 하는 업무를 제대로 알아야 내가 입사 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인 목표와 과정'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심 회사/직무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자에게 조언을 받으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보통 한 학기에 수십 개의 기업에 지원하고, 자소서며, 인적성이며, 면접이며 다양한 전형을 동시에 지원하는 취준생의 입장에서 입사후포부 하나를 위해 현직자들을 찾아다닌다는 자체가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절대 불가능일 뿐더러 그렇게 현직자를 쫓아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잘 작성할 수 있다.


앞서, 문제점을 1) '원론적인 업무 목표 서술에 그친다', 2)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연결이 없다'라고 정리한 바 있는데 이는 모두 'Detail'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유무선 통합 및 지속적인 IoT기술 발전이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유무선 상품들이 결합된 Package 판매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가정 내 구축된 KT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IoT 생활용품 판매까지 연계해 나가겠다'와 같이 회사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방향성부터 그 안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업무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이 지원자가 입사 후에 회사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자소서 5원칙의 관점에서 보자면, 1) 'FACT'를 활용하여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계획과 목표를 눈에 보이는 구체적으로 내용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2) 여기에 필요한 'FACT'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결국 '산업/기업'과 '직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뭐라도 아는 지식이 있어야 떠들 수 있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작성한 입사후포부가 인사담당자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산업/회사/직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며, 그 안에서 마케팅/영업/기술/기획 등 각 직무가 갖는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해당 업무에서 수행해야 하는 세부 업무 단위들을 어떻게, 왜 추구할 것인지도 제대로 얘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산업/회사/직무 3박자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입사후포부 항목의 작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작성해야 되는 내용이기에 마지막 항목으로 입사후포부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1) 산업/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자.

대학교는 대한민국 교육의 정상화라는 시대의 과제와 함께, 향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악화 및 규모 축소라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원으로 근무하게 된다면, 1) 창의적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행정시스템 개선과 획기적 예산 절감을 유도하고, 2) 업무 외적으로는 효율적인 교내 행정시스템 구축 및 예산 관리/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행정과 회계에 관련한 지식을 쌓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입관후포부 中)

회사와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트렌드나 흐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매출 확대, 수익성 개선, 신사업 진출, 브랜드 가치 제고 등등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이나 기관은 없다. 내가 지원하는 산업/회사가 어떤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산업/회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FACT'들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여기에 내가 생각하는 방향성'을 더해보고자 노력해야 한다. 상기 서울대학교 교직원 지원자의 자소서를 보면 대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악화와 규모 축소'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교원으로서 추구해야 할 과제를 좀 더 쉽게 끌어낼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매번 모든 산업/기업들을 조사하고 분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관심 있는 산업/회사'라면,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닌 구체적인 팩트 기반의 트렌드나 방향성을 집어줄 수 있게끔 지식이 정도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관심 산업/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사업모델, 주요 제품과 서비스, 현재 트렌드/이슈 정도 수준의 정보는 파악하고 이해해야 구체적인 FACT를 활용한 산업/기업 관심도를 드러낼 수 있다. 


2)  큰 목표부터 시작해서 작은 단위로 구체화해나가자. 

제 목표는 삼양그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사후적 분쟁처리도 중요하지만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막아내는 것이 최우선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입사 후 5년간 다양한 리스크 관리 및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법무팀은 회사의 사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련 리스크를 현업에 설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식품, 화학, 의약바이오, 신사업 등 삼양그룹의 다양한 사업 추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법을 모니터링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유관 법령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전 직원의 쉽고 빠른 이해를 돕는 매뉴얼을 구축하겠습니다. (삼양그룹 법무 입사후포부 중)

법무팀에 지원하는 지원자의 자소서이다. 첫 문장에서 법무팀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들 중에서도 특별히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와 함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기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법무팀에서 수행하는 업무들 중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세부 분야를 선택(컴플라이언스 전문가)'했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업무 계획들을 '삼양그룹의 사업영역과 연결'시킴으로써 회사 내에서의 직무 수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한 번에 잘 써야겠다는 욕심보다는 한 단계, 한 단계씩 내용을 구체화해 나가려는 노력이 입사후포부 작성 시에 중요하다. B2C 또는 B2B 두 가지의 영업 중에서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싶은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뛸 것인지 아니면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 제고를 위해 힘쓸 것인지, 매출극대화에 신경 쓸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 개선에 힘쓸 것인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지식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어떤 분야의 지식을 어떤 목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지 등등. 대단위에서  소단위로 내려오는 과정에서의 업무 단위, 단위마다 구체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 어떤 업무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자.

현대리바트에서 수익창출에 노력하는 영업전문가가 되겠습니다. 입사 후 먼저 리바트가 판매하는 모든 신제품과 가구의 종류, 디자인, 컬러, 소재, 기능에 대한 면밀히 공부하겠습니다. 고객 니즈에 맞는 전문적인 가구 상담과 공간 구성에 대한 정확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리바트가 보유한 제품의 이해는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공부와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 만족을 달성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1시간 일찍 출근, 1시간 늦게 퇴근하는 영업인이 되겠습니다. 영업직무는 수익창출뿐만 아니라 고객과 매출, 배송, A/S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따라서 업무 시간에는 영업에 집중하고, 조그마한 업무는 따로 시간을 내어 처리하는 부지런함을 갖추겠습니다. 철저한 고객관리를 통해 구매고객이 제품을 불편 없이 사용하는지 지속해서 파악하여 고객에게 현대리바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전하는 영업전문가가 되겠습니다. (현대리바트 영업관리 입사후포부 中)

회사에서 안 필요하고, 안 해야 될 일이란 건 없다. 하지만, 상황과 중요도에 따라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있을 수 있고, 이는 보는 관점이나 생각에 따라 사람들 마다 차이가 날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무조건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막무가내식 포부보다는 '나는 어떤 생각 때문에 어떤 목표와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는 분명한 생각의 근거와 계획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지원하는 회사 또는 지원하는 직무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 보지 않고서는 어떤 업무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위 현대리바트의 지원자는 '전문적인 가구/공간 구성 상담을 위해서는 가구, 디자인, 컬러, 소재, 기능 전반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종합적인 영업업무 수행을 위해 집중력 있는 업무수행과 시간관리를 해내겠다'는 식으로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계획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규칙에 집착하지 마세요.

입사후포부 항목을 공식적으로 접근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3, 5, 10년으로 나누어서 단계적인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거나 실무에서 하는 실제 업무와의 alignment가 중요하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핵심사업 내지는 전략적 방향성과 어긋나서는 안된다. 등등이 바로 입사후포부 작성과 관련된 정설들 중 일부이다. (실제로 10년 동안의 회사생활 시나리오 내지는 목표를 요구하거나 5, 10년의 계획을 쓰라고 언급할 경우에는 그렇게 작성하는 것이 맞다.)


나는 이러한 정설들이 맞냐 틀리냐를 논하기 위해 이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나는 자소서도, 면접도 '회사와 직무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만 있다면', 결국 인사담당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방법보다는 '본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입사후포부'라는 항목도 '너 입사 후에 무슨 일 할 건지 단계적으로 얘기해봐'가 아닌 '지원자가 회사와 직무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해 보고, 뚜렷한 목표나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보고자 함이 목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입사후포부 작성법에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은 없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번에도 같은 소리를 하게 되지만 함께 취업을 준비해서 최종합격했던 친구들과 작성했던 입사후포부의 내용도 그러했다. 지원한 산업/회사/직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생각을 입사 후에 하고 싶은 일들로 연결해 풀어내고자 노력했을 뿐이었다.


목표도 좋고, 계획도 좋고, 하고 싶은 일이어도, 아이디어도 좋다. 이 회사가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일들을 왜 하고 싶고, 어떻게 해나감으로써 회사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은지,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을 제시해보자.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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