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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Feb 13. 2018

자소서와 면접은 한 몸, 면접준비의 기본

자소서를 등한시하는 순간 자소서는 나를 옥죄는 족쇄로 돌아온다.

K대 경영학과 출신의 지원자 B는 10회가 넘는 면접을 경험했을 정도로 서류합격률이 높다. 하지만, 벌써 최종면접에서만 몇 번을 탈락했는지 모르겠다. B의 입장에서는 실무 경험 부족과 결여된 자신감이 탈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고, 부랴부랴 인턴 경험을 쌓고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로 면접에 임해보았지만 역시나 최종면접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해야 했다.


지금까지 원인 착각(illusion of cause)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는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 이후에 일어났거나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의 원인이라고 해석한다. 원인 착각은 뿌리가 깊다.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차이는 '원인을 추론'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우리의 원인 추론 능력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원인 추론을 펼친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中


내 자소서는 괜찮아서 붙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서류 단계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높은 서류합격률은 아니었지만 여러 번의 면접 기회를 얻었고, 1차 면접을 뚫고 2차 면접에 응시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자소서'가 아닌 면접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짓게 된다. 지난 면접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아 망양보뢰 격으로 놓쳤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보지만, 재차 찾아오는 기회 속에서 아쉬움이 남는 질문들만 늘어갈 뿐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면접 전형에서 이 같은 상황과 탈락이 반복되고 있는 지원자들이라면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계속 면접 전형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면접'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원인 착각'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오류를 깨지 못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대로 '아쉽게 한 끗 차이로 떨어졌다며 자책하는 상황만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류합격률이 30%가 넘고 면접의 기회만 몇 번을 얻었는데 무슨 소리냐 반문할 수 있지만 실제로 문제는 '자소서'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면접의 합격률을 높이고 최종합격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필요충분조건도 바로 '자소서'에 있다.



서류합격≠괜찮은자소서, 붙은 자소서도 다시 보자.


'서류합격=잘 쓴 자소서'라는 생각은 잘못된 공식이다. 취업은 매 전형 단계마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게 된다. 앞서 언급된 지원자의 사례처럼 실제 자소서의 내용은 조악하지만 정량적인 스펙이 우수하여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채용하는 회사, 직무, 인원, 상황에 따라 평가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서류 전형의 통과 사실만 놓고 충분한 자소서인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해서 단정 짓는 행위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이다.

 

자소서 때문에 붙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니 자소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서류 전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자소서의 문제점이 면접 전형에서는 적나라게 드러나 지원자들의 합격률과 면접 대응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소서'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서류 전형 합격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자소서의 부실들은 면접 전형에서 여실히 드러나게 되고, 지금까지 서류 전형에서 있었던 뜻밖의 합격과 행운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미완성의 자소서는 나를 향한 총구로 되돌아온다.


짧게는 20분, 길어야 30~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복수의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면접관의 입장에서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소서뿐이다. 인성/역량/임원 등 모든 면접 전형에서 지원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 바로 자소서이며, 면접 시작 전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유독 눈에 띄는 부분들을 체크해 두었다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조악한 논리로 대충 작성된 자소서는 면접장에서 지원자들을 겨누는 총구로 돌아와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자비가 없는 현직자들은 애매한 표현들,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 무성의하게 작성된 문장들을 보며 질문을 던지게 되고, 지원자들은 제대로 정리 정돈되지 않은 상태의 자소서를 대변해서 궤변을 달변으로, 무논리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자가당착의 상황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면접에 가게 될지 몰라서 대충 썼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언제 어떤 곳에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는 만큼 진심을 다해 자소서를 준비하고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은 회사에 대한 매너라고도 할 수 있다. 지원자들은 '가고 싶지 않은 기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쓴 기업의 자소서는 조악한데, 가고 싶은 기업의 자소서는 기똥차게 써낸 지원자를 본 적도 없다. 지원자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자소서 작성 실력과 생각의 깊이, 경험의 전개 방식 등등이 어느 기업의 자소서인들 다르게 나타나겠는가? (기껏해야 지원동기 정도만 차이 날 뿐이다.)



자소서 못 쓰는 사람 치고 말 잘하는 지원자 본 적 없다.


설상가상 더 큰 문제는 '자소서를 못 쓰는 지원자 치고, 말을 잘하는 지원자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 잘하는 것'은 결코 '유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소 투박해 보이고, 유창함은 떨어져도 산업/기업/직무에 대해 오랜 시간 쌓아온 관심,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삶의 가치와 방향 등에 대한 깊이와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원자가 '진짜 말을 잘하는 지원자'라고 할 수 있다.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면접관들로부터 날아드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임기응변을 발휘해 요리조리 피해 가는 지원자들 보며 말을 잘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알맹이 없이 공중을 떠다니는 허울 좋은 껍데기 멘트에 속아 넘어갈 실무 아재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두 번의 질문만 던져보아도 지원자들의 생각은 금세 미천이 드러나고, 임기응변식 답변들은 외려 '이미 바닥이 드러났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된다.


대부분이 취업을 하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좋은 정보, 합격 정보를 찾는 데에만 급급했지 날카롭게 날아드는 면접관의 질문에 응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와 방패를 찾고, 다듬는 데에는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소서 작성 단계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지원자들의 생각의 깊이가 불현듯 면접 단계에서 眞각성을 통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미련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자소서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고,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선행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류전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자소서의 누수가 면접관과 직접 얼굴을 맞이하고 대화를 나누는 단계에서는 금세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자소서를 쓰면서 고통받고, 고뇌했던 만큼 전체적인 면접 전형에서 다수의 면접관들에 맞서 논리로 맞짱 뜰 수 있는 기초체력과 기본 초식들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대일 대응으로 모든 기업들의 자소서에 내 영혼을 쏟아부어야 하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산업/회사/직무/나에 대해 치열하게 성찰하고 고민했던 결과물들은 고스란히 누적되어 일대다 대응이 가능한 초인적 힘을 발휘한다. 자소서에 작성하게 될 나의 가치관, 나의 경험, 나의 관점, 나의 생각들은 제출되는 '형식'에만 차이가 있을 뿐 나만의 생각의 방향과 깊이를 드러낸다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기업'의 자소서가 아니라 '내 생각을 글로 제대로 드러내기 위한 선행과정'으로서 자소서를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가진 소재들을 올바른 방법으로 점검하고, 내 생각의 깊이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날카롭게 다듬고,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고 다시 한번 요약,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돈된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면 자소서'요, 이를 '말로 전하면 면접'일 뿐인 것이다.


결국, 자소서와 면접은 시점의 차이이지 내용의 차이는 없다. 때문에, 글 초반에 언급된 지원자의 경우도 '필자의 관점에서는 아쉽지 않게' 최종면접의 문턱에서 계속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실한 자소서는 부실한 생각을 드러내지만 탄탄하고 촘촘한 논리로 다듬어진 자소서는 면접 전형에서도 그 자체로 돋보이게 만든다. 결국에는, 자소서가 면접의 대본이요, 내 생각의 뿌리라는 점을 깊이 새기자.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자소서 작성 단계에서 쏟은 시간과 노력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지원동기'를 제외하면, 직무 지원동기나 역량, 자소서 기반의 인성 면접형 질문들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산업/기업'에 대한 이해도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특히 공채 시즌이 시작되면 끝없이 이어지는 1일 1자소서 지옥에 갇혀 자소서 하나하나를 뜯어볼 물리적, 심리적 여유 자체가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소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또다시 무심코 지나친다면 결국 또 탈락을 마주할 것이다.


제일 먼저 '스펙을 초월하는 논리적 글쓰기'를 통해 게시했던 1화부터 13화까지의 모든 내용들을 치밀하게 탐독하고, 적용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 잘 와 닿지 않을 지원자들을 위해 각 회차 별로 자소서부터 면접까지 이어지는 전체 전형 과정 내내 어떤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설명해본다.


1-3화) 지원자들 각자가 갖고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찾는 과정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빌딩과 회사들이 즐비하지만 그 어떤 아재, 현직자들도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여러분들만의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취업 전형 전체에 걸쳐 '생각의 뿌리'로 작용한다. 아이언맨에게는 심장에, 삼손에게는 머리카락에 해당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무기를 제대로 찾고, 이해하고, 다듬지 못한다면, 결국 자소서도, 면접도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로 탈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1-3화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체크해보면서 나만의 인생과 경험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용기를 부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산업과 기업을 바라보고, 직무를 바라보고, 스스로의 인생을 어필함에 있어서 자신감이 그 가운데 자리잡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에게는 자신만의 에너지원이 없다.

4-8화) 자소서 작성법 기본 5원칙의 개론과 각론을 풀어낸 회차이다. 그런데, 이를 '합격자소서 작성을 위한 법칙'으로 오해하는 지원자들이 너무 많다. 자소서 작성법 기본 5원칙은 '지원자들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조리법'에 해당하는 내용인 만큼 '재료 확보 및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될 수 없는 게 Skill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재료가 있어야 다양한 조리법으로 다채로운 요리와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유의하자.


물론, '자소서 작성법 5원칙'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면접에 가서 핵심 없는 이야기를 중언부언 늘어놓는데 익숙한 지원자들의 잘못된 답변 습관을 바로잡고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키가 바로 여기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회사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2년 전부터 다양한 준비를 했고, 적극성과 리더십을 키웠기 때문에 영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too much talker급 답변으로 인사담당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거나 하품, 말 자르기 등의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


존경합니다. too much talker 박찬호 선수님. 감사합니다.


제가 동아리 회장을 맡았을 당시 해체 위기에 처해 있던 동아리를 남다른 적극성과 노력을 통해 재부흥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 동아리는 당시... 블라블라
vs.
대학교 축제 기간에 맞춘 보물찾기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고 ㅇㅇ기업의 제품도 효과적으로 홍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4원칙)을 해야 하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며, 구체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2원칙, 3원칙, 5원칙)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면접관들에게 '네. 잘 알겠습니다.'라는 제지를 당하고서야 '아차... 망했구나...'라며 정신을 차리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서술&화술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만 알고 싶고, 나만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도 온전히 느끼게 할 수 있는 전달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소서 작성법 5원칙'을 명심하며 자소서를 써야 한다.


9-13화) 등장 빈도가 높은 자소서 항목 별 작성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기업에 대한 관심, 직무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나만의 기준으로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기업/직무 지원동기, 직무 역량과 준비사항 등에 대한 내용은 면접 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들이다. 인성과 태도가 아무리 좋아도 산업, 회사, 직무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도와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팩트가 제시되지 못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 지원자를 채용을 할 이유가 없다. 자소서를 쓰는 단계부터 완벽하게 구성할 수는 없겠지만 성의 있게 노력했다는 흔적은 자소서에 남겨야 한다. 그래야 서류 합격 후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다소 부족한 논리를 보완'하고, 완성된 형태의 논리를 면접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해주고 싶은 얘기들이 너무 많아졌다. 더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너무 길어지게 되면 지원자들의 응용력을 저하시킬까 우려되어 꾸욱 참았다. 이제 적용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자소서와 면접은 한 몸이다. 둘을 분리시켜 생각하고, 따로 준비하는 이들은 결국 면접에서 큰 패배감과 상실감을 맛볼 것이지만 지금부터 자신만의 에너지원을 찾고, 초식을 단련하는 이들은 보다 수월하고 편안하게 아재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과 실력을 얻게 될 것이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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