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IKEA)에 적용해보기
마켓1.0: 제품 위주의 마케팅
마켓2.0: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마켓3.0: 인간 중심의 마케팅
마켓4.0: 고객 경험 중심의 마케팅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은 마켓3.0 이후 4차 산업이 야기한 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게 이뤄지다 보니 마케팅 분야의 변화 속도도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진전될수록 마케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마케팅 활동들이 당장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마케팅이 이와 더불어 서로를 보완하고 공존하고 있으며 오히려 서로 융합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현상이 시장에서 점차 어떻게 변화할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 전략은 계속해서 수정되어야 한다. 마켓4.0은 이에 대한 방향성을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 강원국의 글쓰기에선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자기 생각이 새롭게 만들어진 게 없으면 헛일이다. 남의 생각을 알기 위해 하는 독서는 부질없다"라고 말한다. 책은 그 자체론 남의 생각일 뿐이다. 읽고 느낀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이를 정리하고 응용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책의 중심 내용을 이케아(IKEA)에 적용해보고 글로 남겨 기록해두고자 한다.
데릭 러커(Derek Rucker)가 주장한 기존 구매경로는 4A였다. 인지(Aware), 태도(Attitude), 행동(Act), 반복 행동(Act again)으로 고객의 구매 후 행동을 추적하고 고객 유지도를 평가하는 게 목적이었다. 재구매하는 행동이 고객 충성도를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4A는 기업과의 접점을 중심으로 설정된 퍼널 형태이고, 연결성의 시대인 요즘에는 이런 단순하고 개인적인 단계가 잘 들어맞지 않게 됐다. 개별 고객이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자기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닌 커뮤니티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고 개인적 결정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사회적인 결정으로 변화한 것이다. 또한 재구매의 필요성이 없거나 재구매를 못하는 상황, 혹은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아도 브랜드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기꺼이 추천할 수가 있다. 그래서 필립 코틀러는 마켓4.0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고객경로 5A를 제시했다.
5A 각각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A1. 인지(Aware)
: 과거 경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다른 사람의 옹호에 의해 수동적으로 노출된다. 모든 고객 경로의 시작점으로 과거에 기업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신경 쓴 단계이다.
A2. 호감(Appeal)
: 브랜드를 인지한 고객이 자신에게 전달된 메시지를 처리하고 몇몇 브랜드에 끌리는 단계다. 산업의 형태, 고객의 특성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브랜드의 호감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A3. 질문(Ask)
: 호기심이 생긴 고객이 친구나 가족, 미디어 또는 브랜드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탐색하며 검색이나 오프라인 매장 방문, 직원과의 집적적인 접촉 등이 해당된다. 마켓4.0에서는 질문 단계가 개인적 경로에서 사회적 경로로 바뀌었다. 구매 의사결정을 확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A4. 행동(Act)
: 질문 단계에서 추가 정보를 찾고 호감을 그대로 갖고 있는 고객은 구매를 결정한다. 이때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 후 사후 서비스까지 행동 단계에 포함된다.
A5. 옹호(Advocate)
: 유지, 재구매, 브랜드 옹호와 같이 브랜드에 강력한 충성심을 갖게 되는 것이 옹호 단계이다. 요청받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추천하며 부정적 옹호나 브랜드에 대한 질문에 자극받아 움직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구매자를 관리, 유지하여 충성고객 화하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었으나 마켓4.0 시대에서는 어떻게 긍정적인 옹호자로 만들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이다.
과거에는 고객에게 어떻게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알릴 것인지에 대한 인지 단계에 주력을 해왔다면 이제는 질문 단계와 옹호 단계에 어떻게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구매 경로에서 5A 단계가 항상 일정하게 나타나진 않는다. 브랜드에 끌리지 않아도 주변 추천을 받아 구매할 수도 있고(호감-질문 단계 생략), 실제 구매는 하지 않아도 브랜드의 충성스러운 옹호자가 될 수도 있다.(행동 단계 생략) 그래서 5A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필립 코틀러는 산업의 특징에 따라 존재하는 네 가지 주요 패턴을 찾아냈다.
호기심 수준은 낮지만 헌신도는 높은 소비재 산업에선 주로 손잡이 패턴, 호감보다 질문의 수준이 높으며 일반적으로 B2B경로에서 볼 수 있는 금붕어 패턴. 대체로 고급 자동차나 시계, 디자이너 핸드백 같은 라이프 스타일 범주에서 발견되며 친밀도 수준이 높은 트럼펫 패턴, 내구재와 서비스 산업에서 많이 발견되며 고객이 구매와 옹호로 나아가는 경로의 모든 단계를 거치는 유일한 패턴인 깔때기 패턴. 그리고 이런 네 가지 주요 패턴의 강점을 통합하면 나타나는 비대칭적 나비넥타이 모양을 한 이상적인 고객 경로 패턴이다.
이런 패턴들 역시 구매 위험이나 지리적 요건, 브랜드의 크기에 따라 조금씩 구매경로가 다르게 나타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브랜드를 인지한 고객을 어떻게 옹호 단계까지 이동시키는 지다. 각각의 패턴에서 나비넥타이 패턴으로 변화하기 위해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살핌으로써 마케팅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O존'이다. 고객경로에는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주요 영향원이 존재한다. '자신이 주는 영향',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영향', '외부에서 오는 영향'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 조합에 따라 고객 결정이 좌우된다. 이 세 가지 영향원을 'O존'이라고 하며 각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O1. 자신(Own)
: 몇몇 브랜드를 접해본 과거 경험,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 판단과 평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선택한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 기호가 낳은 결과를 말한다.
O2. 다른 사람들(Other)
: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에게 들은 입소문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속한 다양한 커뮤니티나 공통 평가 플랫폼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기업이 노력한다 해도 관리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우며 '커뮤니티 마케팅'을 통해 충성고객의 도움을 받는 방법 만이 가능하다.
O3. 외부(Outer)
: 광고 같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브랜드에 의해 의도적으로 시작된다. 판매사원이나 CS직원과 접촉함으로써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브랜드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고객과의 접점을 설계할 수 있다.
때로는 개인적 기호가 입소문이나 광고에 의해 특정 브랜드 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영향원들이 항상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각 영향원을 개별적으로 보는 시각은 배제해야 한다.
마케터는 각 영향원 중에 어떤 영향원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하여 마케팅 활동을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브랜드를 인지한 고객을 효과적으로 옹호 단계까지 이끌기 위해 'O존'을 활용함으로써 마케팅 방법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케아는 스웨덴을 연고로 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이다. 가구 산업은 내구재 산업으로 일반적인 5A 패턴은 깔때기 형태로 나타난다. 이케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1943년 캄프라드가 생활에 필요한 잡화들을 팔며 잡화상인 '이케아'로 시작하였고, 스웨덴 정부가 주택 100만 가구 건설계획을 발표한 50년대부터 가구 판매에 주력하게 된다. 이때는 주로 입소문을 통해 인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시의 가구들은 한번 사면 오래 쓰는 것이며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정부의 계획으로 많은 가구 브랜드들이 등장하여 이케아는 경쟁 대상인 브랜드도 많이 존재했었다. 그렇기에 호감을 얻은 뒤에도 여러 질문을 거쳤고, 합당하단 의사결정이 이뤄졌을 때 이케아 가구를 구매했다. 그리고 이중에 일부 만이 브랜드를 옹호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아직 제품 위주의 마켓1.0 시대였던 당시는 '인지-호감-질문-행동-옹호'의 5단계를 모두 걸치는 전형적인 깔때기 형태의 구매 경로가 나타났던 것이다.
깔때기 패턴에선 전체적인 고객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고객 경로 도중 어디서든 브랜드를 고려 대상 군에서 탈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지셔닝이 실제 경험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케아는 이런 측면에서 포지셔닝을 확실히 해냈다. 과거 유럽에선 가구를 대대손손 물려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만연했지만 20세기 중엽부터 공업화와 도시화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값싸고 옮기기 쉬운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flat-pack'방식으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이케아는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고 이런 차별화된 포지셔닝 방식이 고객 만족까지 이어져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이케아는 깔때기 형태의 패턴에서 이상적인 나비넥타이 패턴으로 변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깔때기 패턴이 나비넥타이로 변하기 위해선 고객의 헌신도와 친밀도를 개선해야 한다. 고객의 구매 경험과 판매 후 서비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너무 많은 질문을 '해야만'하는 상황을 없애주어야 한다. 기존과 같은 고객 접점을 유지해서는 이런 변화를 성공시킬 수가 없다. 이를 위해 이케아가 취하고 있는 전략들을 살펴보자.
가구 산업에는 고객 경험 상에서 큰 불편이 하나 있다. 가구는 집에서 사용하는 것이며 모든 집의 환경은 제각각인데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맞춤형으로 제공해준다고 해도 이는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기 마련이며 실제로 집에 들여놓기까지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고객들은 가구를 어떻게 배치해야 좋을지 그저 머리 속으로 그려보는 수밖에 없다.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
가구 산업에서 피하기 어려운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증강현실 앱인 '이케아 플레이스'이다. 고객들은 이케아 플레이스를 통해서 수천 개의 이케아 제품을 자신의 집에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다. 실제 실내공간의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비율을 조정해주고 배치한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직물의 질감이나 명암대비까지 98%의 정확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충분히 실용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아직 모든 제품에 대해서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질문 단계에서 '불필요한' 질문을 감소시키기 위한 직접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마켓4.0에 맞게 디지털 전환을 통해 소비자의 가구 구매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쇄 카탈로그
이케아의 카탈로그는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아이디어를 자극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가구의 선택과 배치는 정답을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며 고객들 역시 이케아에게서 단순한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게 아닌 걸 인지하고 있다. 이케아는 카탈로그에서 테마를 정하고 그에 대해 아이디어를 자극할 수 있도록 흥미롭고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해 바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카탈로그는 무료로 제공됨으로써 우호적인 브랜드 경험을 하게 만들고, 질문의 감소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이케아가 플래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고객들이 전체적인 가구 배치를 구성하는 플래닝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음)
쇼룸(Show room)
이케아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면 볼 수 있는 '쇼룸(Show room)'도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케아의 쇼룸은 한번 들어가면 약 20분 동안은 나올 수 없다.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중간에 이탈하기가 어렵다. 잘은 몰라도 고객 중심이 아닌 설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많은 고객들이 쇼룸을 방문하고 종점인 계산대에 도착할 때는 일종의 성취감까지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고객들이 모든 쇼룸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가구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실제로 가구를 사용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가구 위에서 낮잠을 자는 것도 허용된다) 가구의 이상적 배치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질문과 실제 사용할 때 경험에 대한 질문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쇼룸은 그 자체가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쇼룸을 소비하는 고객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되며, 쇼룸을 경험한 고객들 중에서 실제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옹호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가구 산업은 필요할 때 매장을 방문해서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브랜드 친밀도를 형성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이케아는 쇼룸이라는 복합 문화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가구 브랜드들과 달리 브랜드 친밀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하나의 데이트 코스로도 많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쇼룸의 고객 경험은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반품과 품질보증
이케아는 구매 후 90일 이내에 반품이 가능하다. 또한 품질보증은 평균 10년, 최대 25년까지 하고 있다. 다른 가구업체들이 보통 반품은 10~15일, 품질보증은 1년 정도까지 행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 후 서비스 측면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매년 엄청난 양의 제품을 구매하여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사 오고 업체와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원가를 낮추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물론 실제로 25년까지 A/S를 받는 고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을 통해 구매 경험을 높이는데만 초점을 맞춘 브랜드가 아니라 구매 후 서비스까지 동일선상으로 끌어올리며 나비넥타이 패턴으로 변모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런 마케팅 전략은 저렴하면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이케아에 대한 불신을 고객에게서 지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부가 서비스
이런 이케아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은 부분이 있다. 이케아는 모든 고객들이 조립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립&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배송 서비스, 조언&플래닝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은 무료가 아니고 그 가격이 고객에게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조립&설치 서비스의 가격은 50,000원부터 시작되며 kg에 따라 가격이 더 올라간다. 이런 서비스까지 구매 가격에 포함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을 이중으로 부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설치비, 배송비까지 모두 부담할 바에는 조금 더 돈을 들여 다른 브랜드의 가구를 사겠다는 의사결정도 이루어진다. 이것이 질문 단계에서 행동 단계로 나아가는데 아직까지 하나의 장벽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가격에서 제외함으로써 확실히 다른 기업과 비교되는 저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하긴 어렵고 앞서 말했듯이 개선의 여지가 남은 부분 정도로 볼 수 있다.
(이케아의 부가 서비스 9가지: https://www.ikea.com/ms/ko_KR/service-offer/)
이케아는 영향원 중에서 자신이 주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였다. 쇼룸이나 인쇄 카탈로그, DIY로 직접 조립하는 경험까지 고객이 직접 보고 느끼는 접점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대에 변화에 발맞춰 Other(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영향)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 또한 취하고 있다.
이케아의 해킹 장려
'브랜드 해킹'이란 말이 있다. 브랜드의 의도와 관계없이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접근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개조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케아는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유명하다. DIY 방식이기 때문에 쉽게 조립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해서 많은 브랜드 해커들이 나타났다. 이런 해킹 현상에 대해 이케아는 특별한 대응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를 고소하는 행위나 반대로 지원하고 장려하는 일도 없었다.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가구 브랜드였기 때문에 가구를 구매한 개인이 가구를 사용하며 겪는 경험의 연장선 정도로 파악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그리고 올해부터 이런 이케아의 대응 방식이 변화했다. 이케아가 '오픈소스 소파'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이 오픈소스 소파의 이름은 어떤 것의 일부가 된다는 뜻의 스웨덴어 '디락티그'이다. 아예 고객이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이런 오픈소스 소파를 구매한 고객은 자기 입맛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고 하나의 제품인 소파가 수없이 많은 소파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해당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YsH3NCMlD8)
그럼 갑자기 이케아가 해킹을 장려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케아의 브랜드 비전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고려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케아 제품의 해킹 현상은 '더 좋은 생활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장려해도 좋은 콘텐츠였던 것이다.
또한 이케아의 해킹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IKEA hackers'가 바로 그 커뮤니티로 전국의 수많은 고객들이 이케아를 해킹하고 이를 콘텐츠로 배포하고 있다. 이케아의 해킹을 장려한다는 것은 Own과 동시에 Other의 영향원까지 동시에 잡는 방법인 거다.
5A 관점으로 봤을 때도 큰 의미가 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각각의 콘텐츠들이 무수한 매체에서 많은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인지 시킨다. '이케아 제품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독특한 매력이 호감으로 다가오고 어떻게 하면 나만의 가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새로운 질문이 생기게 된다. 해야만 하는 질문이 아니라 브랜드에 하고 싶은 질문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해킹을 통해 탄생한 가구는 어떤 브랜드의 가구보다도 내 개인의 취향이 가장 잘 반영되어 만들어진다. 이런 브랜드 해킹은 구매 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다가와 친밀도를 높여주기도 하고(옹호 단계의 개선), 이런 경험 속에 재구매를 반복하며 옹호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재직 중인 회사 사례에도 적용하려 보니 마켓4.0 패턴 안에는 양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걸 알았다. 구매행동률과 브랜드옹호율도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걸 방지하지 위한 방법이지 양에 대한 개념은 아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나이키의 사례로 유명한 3H전략에 대한 생각이 오버랩되었다. 3H에 대한 설명은 다음 링크에서 읽어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이키 3H전략: https://ppss.kr/archives/32587)
기업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 아니다. 각 구매경로에 해당하는 고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은 수의 유입이라도 그들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입 단계의 고객이 옹호 단계까지 많은 수가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패턴의 형태를 나비넥타이로 가다듬기 위해 설계하는 것이 서비스를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3H전략에서는 Hygine 콘텐츠로 브랜드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들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Hub 콘텐츠로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 브랜드를 인지한 고객들이(인지 단계) 호감 단계와 질문 단계에서 이탈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콘텐츠를 쌓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가 충분히 쌓였을 때 CM송과도 비슷한 Hero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에 대해서 알리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Hero 콘텐츠는 그 자체로는 옹호 단계의 유저를 형성하는 게 어렵다. 하지만 Hub 콘텐츠와 Hygine 콘텐츠가 충분히 쌓여있을 때는 구매 경로를 거쳐 옹호 단계까지 넘어오는 비율이 높아진다. 나이키의 Hero 콘텐츠가 배포된 후 유튜브 구독자 수는 180만 명으로 총 90만 명이 증가했는데, Hero 콘텐츠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유입된 수는 7만 5천 명에 그쳤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마켓4.0에서도 3H전략과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옹호 단계의 고객(구독자 수)을 늘리기 위해선 유입되는 양보다(Hero 콘텐츠) 먼저 유입된 고객이 옹호까지 넘어가는 비율을 이상적인 BAR=1까지 올리도록 설계를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유입시키는 활동을 하기 전에 과연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이상적인 나비넥타이로 나아가기 위한 설계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돌이켜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