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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건주 Aug 15. 2018

나는 왜 퇴사를 꿈꾸게 되었나?

1장. 나의 퇴사 훈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출간 작업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되어 시작하게 된 '브런치'


어제 새벽 아직 첫 올린글이 하루가 지나가지만, 

이미 내 글을 칠백명 가량 읽어주셨고, 열 분 가량이 구독을 신청해주셨다. 


다시 한번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현재까지 작성된 초고 내용 중 일부를 꾸준히 업로드해 보겠다. 


이 글을 읽고 직장인으로써의 현재의 삶에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회사는 내 인생의 전부      


1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최종 입사 통지서를 받은 자랑스러운 아들을 바라보며 기뻐하셨던 부모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회사 입사 후 미친 듯이 일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상사 눈치 보기에 바뻤다. 나의 목표는 딱 하나 소위 별(임원) 을 따는 것이었다. 때론 지칠 때 마다 회사 출근길에 회사에서 지급한 고급 승용차를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임원이 될꺼라는 믿음으로 내 자신을 더욱 채찍질 하였다. 


이러한 모습 탓에 나는 입사 첫해부터 인사 고과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러듯 나의 회사 생활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내가 K 부장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회사가 전부가 아닐 꺼라는 생각     


K 부장은 내 회사 롤 모델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했다. 항상 그와 함께한 술자리에서의 주제는 회사 업무였고 그는 늘 주말에도 출근했다. 이런 그의 태도에 회사도 그에게 보답해 주고 있었다. 회사는 그에게 미국으로 대학원을 보내주었다. 복귀 후 그는 또래 동료보다도 2년 먼저 진급 시켜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최연소 팀장 자리까지 차지했다. 소위 별을 곧 따는 듯 보였다.

      

그는 나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임원이 될꺼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리고는 나에게도 너의 미래는 회사가 책임져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었기에 그에게 충성을 다했다. 그와 함께 새벽까지 야근했다. 이런 모습에 그도 나에게 인사고과 점수를 잘 주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하지만 K부장의 표정이 여느 날과 달리 조금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게 생각되어 알아보니, 전날 회식 자리가 문제가 있었다. 그의 밑에 있던 L 차장이 회식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고, 이 사건이 인사과에 보고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K 부장은 관리자 책임 소홀이라는 명목으로 그는 중징계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 아침에 팀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도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가야만 했지만 너무나 일찍 진급한 탓에 다른 부서에서도 그를 받기 꺼려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방황 끝에 지방으로 전배를 가게 되었고, 그는 고객에게 샘플 챙기는 신세가 되었다.      


순식간에 회사 생활이 무너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와 함께 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되었다. 그리고 저축했던 돈을 찾은 것처럼 갑자기 나만의 시간이 많아 지게 되었다.      




그와 일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해를 보며 퇴근을 하기 시작하였다. 늘 지친 몸을 이끌고 나의 깜깜한 퇴근길이 아니었다. 밝은 날 창밖의 풍경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퇴근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 보았다. 신선한 공기가 나도 모르게 감성적이 되어 버렸고 귀에 내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내가 살아온 길을 고민하게 되었다.      


왜 나는 회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내 인생의 전부를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야만 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회사에 충성을 다했는가?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러한 질문들 속에 나는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회사가 전부가 아닐꺼라는 용기를 갖게 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짝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되면서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하면 안되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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