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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건주 May 04. 2020

대기업 임원이 걱정되는 이유 한 가지

나는 행복한 퇴사를 준비 중입니다.

올해 연초 회사에서,

임원인사 발표가 있었다.


올해는 대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런지

승진하는 임원보다는

퇴사하는, (아니 퇴사를 당한) 임원이 많은 해였다.


누군가는 승진했고,

누군가는 퇴사(를 당)했다.


내가 곁에서 모셨던 팀장님도,

이러한 분위기를 이겨낼 수 없었다.


그가 작년 부터

본인이 조만간 떠날 지 모른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지만,

아니나 다를까

막상 그렇게

그는 조용히 떠났다.

 



그의 나이 55세,

아직 일을 놓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다.


그는 소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의 임원이었다.


그는 미친듯이 회사에 몸바쳐 일했다.

그와 함께한 술자리에서의

모든 대화는

'회사'에서 시작해서,

'회사'로 끝이 났다.


그가 술자리에서 털어 놓은 임원이 되기까지는

소위 무협지에 나온 '영웅기'에 가까운 스토리였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하여,

과장시절에는 그의 능력을 인정한 회사는

그를 해외로 보내주었고,

그의 가족들은 소위 해외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 덕에 자식들은

외국 유명대학교에 입학했고,

그의 아내는 해외에서 골프도 배우면서,

여유롭게 살았지만,

정작 그는 기러기의 삶을 살고 있었다.


수억원대 연봉 중에 상당 부분을

아내 생활비와,

아이 학비로 송금하고 나면,

믿기 어렵겠지만 그는 회식자리에서,

돈 몇푼 없다는 식의

기러기의 삶을 푸념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한 회사의 임원으로,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몇달 전,

퇴사의 광풍이 사라지고 난 후

그를 다시 회식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퇴사 한지 한달만에

변해있었다.


그와 함께한 대화에서

'회사'를 빼고 나니,

대화의 주제가 계속 끊기면서,

중간중간 어색함 마져 느껴지는 식사자리였다.


대놓고 이야기는 안했지만,

그가 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주 심플했다.


" 너무 회사 열심히 다니지 마라.

  회사 밖의 삶을 충실히 준비해라!"


그는 요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시간 날때마다 은행,증권회사, 부동산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는 남은 퇴직금을 어떻게 쓸지?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를 위한 답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회사 밖의 삶을

준비 못한 것에 후회하고 있었다.


"자녀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놓을껄,

 미리 부동산에 투자를 할껄 "


회사 퇴사를 하고 나니,

수 많은 것들이 낯설다고 했다.

퇴직을 하고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심리적인 측면이라고 했다.


직장에서 무엇을 하는

어떤 직책을 가진 사람임을 말해주는

명함이 없이는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회사 밖의 삶을 준비하기에

이미 늦어버린게 아닌지 초초하기까지 해보였다.


남 걱정 하지 말라는 것 중에

연예인과 대기업 임원이다라고 하지만,

그가 내뱉는 초딩같은 부동산, 주식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그가 남은 퇴직금을 날려버리는게 아닐까 걱정마져 들었다.





그렇게 그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팀장이 왔다.


그리고 그 또한

퇴사 당한 그와 거의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현재

미친듯이 일하고 있하고 있고,

미친듯이 회사를 사랑하고 있다.


결코 그가 결코 잘못된 삶은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몇년 뒤  

그도 그와 같이

후회 하지 않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내가

대한민국 대기업

임원이 걱정되는 이유

한 가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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