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생은 운다.
나는 한 회사를 다닌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는
40대 초반 월급쟁이다.
지금이야 회사에서
'직급'이 사라졌지만,
엄밀히 직급으로 따지면,
나는 '부장'이라는 직급을
목전엔 둔 '차장'이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운이 좋아
국내 유명 회사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시절을 지나면서,
나는 자연스레 회사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말 결혼식을 가기 위해
양복을 꺼내 입을 때면,
회사 로고가 달리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닐 정도로
나는 회사를 사랑했다.
이러한 나의 사랑을 회사도 알았는지,
회사도 나를 사랑해 주었다.
회사 덕분에,
나는 결혼할 수 있었고,
가족을 먹 여살 릴 수 있었고,
이렇게 회사는
나에게 항상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회사가 변했다.
회사는
'변화'를 선택했다.
회사는 직급을 없애면서,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했고,
수평조직으로 바뀌었다.
또한,
젊은 조직이라는 명목 하에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이에 성실하고 묵묵히 일만 하면,
'부장'이라는 직급을 달아주던
시절을 끝이 나버렸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나의 바로 윗 선배들은
'부장'이라는 직급을
목전에 두고,
진급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존감을 잃고
자연스레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갔다.
그리고 급기야는 작년에는
입사 후배가
내 상사가 되어 버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밀레니엄 세대
신입사원들이
대거 입사했다.
그들은 과거
내 신입시절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일보다는 자신을 돌보자'는
'워라벨'의 가치관으로 무장해있었다.
이러하였기에,
'회식을 안 하는 게 사내 복지' 라면서,
회사도 그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회사를 사랑하면,
회사도 사랑할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된 사랑이,
나만의 짝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회사의 변화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분명 매일매일 바뀌는 세상 속에서,
회사도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몸부림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기류에서
"과연 나는 회사를
계속 사랑하는 것이 맞을까?"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나도 내 선배들처럼
'부장'이라는 직급마저도 못 달고
회사에 외면을 당한채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렇게 나도 몇 년 전부터
나도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고마워하되,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회사가 나를 떠날 수 있기에,
나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도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