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았다

이토록 평범한 나도 건물주

by 월건주

2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최종 입사 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부모님 앞에 섰던 날의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바라보시던

그 눈빛 하나만으로
나는 이미 인생의 정답을 찾았다고 믿었다.


그날 이후
나의 인생 목표는 단 하나였다.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별’을 다는 것.



미친 듯이 일했다


입사 후 나는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했고,
상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았다.


출근길마다
회사에서 지급한 고급 승용차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에 가겠지.”


그 믿음 덕분에
나는 더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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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입사 첫해부터 인사고과 최고점을 받았고,
내 회사 생활은
순조로운 해피엔딩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K부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회사가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K부장은
내가 가장 존경하던 회사의 롤모델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했다.
술자리에선 늘 회사 이야기뿐이었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다.


회사는 그런 그에게
미국 대학원이라는 보상을 안겨줬고,
복귀 후 그는 또래보다 2년 빠르게 진급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최연소 팀장 자리에 올랐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 별 다는 건 시간문제다.”

그 역시 술자리에서
임원이 될 거라 자신했고,
나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너처럼 충성하면
회사가 너의 미래를 책임져 줄 거야.”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그와 함께 새벽까지 야근했고,
그의 프로젝트라면 무조건 앞장섰다.


그는 내 인사고과를 잘 챙겨줬다.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들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K부장의 표정은 유난히 굳어 있었다.


전날 회식 자리에서
그의 팀원이었던 P차장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문제가 되었고,

그 책임이 관리자에게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후,
K부장은
관리자 책임 소홀이라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다.


그는 하루아침에
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놀랍도록 빠르게 등을 돌렸다.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갔지만,

너무 이른 진급 탓에
어디에서도 반기지 않았다.


몇 달의 방황 끝에
그는 지방으로 내려갔고,
한때 별을 바라보던 사람은
고객에게 샘플을 챙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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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를 보며 퇴근했다


그의 몰락을 지켜보며
나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함께하던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나에게 시간이 생겼다.


그와 일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퇴근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천천히 걸어가 봤다.

맑은 공기,
오랜만에 귀에 꽂은 음악,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왜 나는
회사라는 울타리 밖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을까?”


왜 내 인생의 전부를
남의 평가와 눈치에 맡기고 살았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충성을 다했을까.


질문은 많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소중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 즈음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회사를 짝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회사에 인생 전체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선택인지.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회사 밖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의 시간,
주말의 시간,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시간에

나는 조금씩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갔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그리고 건물 투자였다.


확신은 없었다.

다만
월급 하나만으로는
이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만은

점점 분명해졌다.


불안했고,
실패도 있었지만
회사 하나에 인생을 올인하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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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결국 남는다


그 과정들을
혼자 정리하다 보니
글이 되었고,
그 글들이 쌓여
책이라는 형태로 남게 되었다.

『이토록 평범한 나도 건물주』라는 제목의 책이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 밖을 준비하던
한 평범한 직장인의 기록에 가깝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참고 자료 정도로만
가볍게 들춰봐도 괜찮다.
(글 아래에 조용히 링크를 남겨둔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닌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를
한 곳에만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는 소중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나는 20년이 걸렸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걸 깨닫는다면,

이 이야기는
그걸로 충분하다.


� 참고

『이토록 평범한 나도 건물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70736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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