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나도 건물주
나는 평생 ‘대출은 적’이라고 배웠다.
대출 잘못 받으면
집안 말 아먹는 것이고,
받지 않고 성실히만 살면
언젠가 돈이 모이고
건물주도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 역시 아버지처럼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나왔다.
결혼 전까지 악착같이 돈을 아꼈고,
결혼 후에 는 경제관념 탄탄한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종잣돈을 모았다.
회사도 나름 인정해줬다.
실적 좋을 땐 연말 보너스가 두둑했고,
인사 평가 점수도 항상 상위권이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아주 선명한 성공의
테크트리가 있었다.
‘1단계 사원부터
시작해서 부장까지 된다’,
‘2단계 임원으로 발탁된다’,
‘3단계 월급이 껑충 뛴다’
‘4단계 돈을 모아 건물주가 된다’
‘5단계 은퇴 후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이 5단계만 착착 밟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했고,
남들보 다 늦게 퇴근했다.
“열심히만 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믿음으로, 회사에 내 청춘을 맡겼다.
그런데 그 믿음이 무너지는 날이 왔다.
어느 날 아침,
회사에서 가장 믿고 따르던
김부장이 갑자기 짐을 싸고 있었다.
그는 내 회 사 롤모델이었다.
실력, 인품, 인간관계까지 완벽한 선배.
그런데 이유도 설명 없이,
그날로 회사를 떠났다.
김부장이 쓸쓸하게
회사를 나서는 뒷모습을 보는데,
머릿속이 얼어붙었다.
“저 사람도 이렇게 나가는데… 나는 안전할까?”
그 순간 처음으로,
내가 믿어온 5단계 테크트리에 금이 갔다.
“나는 지금까지 뭘 위해 살았지?”
“아버지처럼 성실하게만 살면
정말 경제적 자유가 올까?”
그날 이후,
회사는 더 이상 내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회사 밖의 삶’ 이 자라 나기 시작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