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축제>에서 답을 찾다.
'이런 형식적인 건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걸까?’
명절이면 제사를 지내며 한편으로 이런 물음을 던진다. 내 의견을 아버지께 언뜻 어필하면 아버지는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제사를 지내겠냐”고 하신다. 또다시 질문한다. “그럼 안 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 귀찮은 거.” 아버지는 아무 말씀을 안 하신다. 불효 끝판왕의 멘트. 돌아가신 조상님이 노하셨을 것이다.
누군가의 장례식장만 가다가 몇 년 전 친할아버지의 상을 치렀다. 장례 절차는 많았고 형식은 철저했다. 정신이 없어도 장의사의 한자 섞인 말들을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귀 기울이는 어른들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 사람을 보내드리는 과정이 이렇게나 복잡하구나. 하지만, 이제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장례 절차를 밟는 것도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로 고인이 된 가족의 구성원은 그의 손 한 번 잡아드리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한다.
*추천영화 1) <축제> 임권택 감독, 1996
시골에서 87세 할머니의 장례 중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영화. 우리나라 전통 장례 절차를 볼 수 있는 명작이다.
연애에서는 어떨까. 처음 만나 함께 죽기라도 할 정도로 사랑하다가도 언제그랬냐는 듯 변해버린 마음에 이별을 결심하는 두 사람. 이별 후, 모든 기억을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기고 더 좋은 나로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혼자 어떻게 할 줄 모르다가 상대에게 집착하고 자신을 파괴하거나 최악으로는 범죄로 이어지기도한다. 누구에게나 내 안에 들어섰던 것을 잊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추천영화 2)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 2021
1인 가구 시대에 홀로 살아가던 한 여성이 가족과 이웃, 직장과 얽힌 관계로 인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영화. 고독하게 죽은 한 사람의 영혼을 달래주는 장면과 직장 동료와 헤어지는 법을 깨닫게 된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0대 초 중반에는 몰랐다. 누군가와 작별한 후, 생긴 상처와 외로움이 깊은 흉터가 되지 않도록 치유할 필요하다는 것을. 30대가 되어서 보편적이거나 개인적이거나 그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그것이 상황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과 기억은 컴퓨터처럼 자동으로 분류하고 정리하지 못한다. 지저분한 방처럼 그것들은 내 안 이곳저곳에 쌓여버린다. 차곡차곡 정리해서 내 안 어딘가에 존재하는 책장에 잘 정리해야 한다. 정리하는 방식은 홀로 깨우치기 어렵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대의 우리는 제사가 불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사람을 잊는 과정 또한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는가. 다양화된 죽음 앞에 대처해야 할 살아있을 사람의 자세와 사회의 도움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모든 콘텐츠의 초점이 MZ세대에 맞춰진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작별하는 과정과 장례의 형식은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을까. 재밌게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건강히 작별하는 형식에도 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