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주거를 꿈꾸는 것은 죄인가요

집을 짓고 살고 떠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by 오묘미


2019년 8월 23일 추분 오전 9시 30분, 안산에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윤가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집>을 관람했습니다. 윤가은 감독의 단편영화에서부터 첫 번째 장편영화까지 인상 깊게 본 관객으로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전작 <우리들>은 어른들이 구축한 세계를 모방한 아이들의 세계를 그렸다면, <우리집>은 어린이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들에 이어 제목을 우리집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했고 두 영화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속해있을 곳을 찾아 싸우고 방황하는 개인의 모습을, <우리집>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가 전작 <우리들>과 가장 다른 점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나’가 가족들의 밥을 만들어주며 어른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어른은 오직 아이들을 자신들의 세계에 맞추려고 합니다.


<우리집>의 아이들은 자기들의 세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를 보고 이해했던 부분들을 토대로 자기들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부딪힘과 노력은 아주 뜨거운 여름, 아이들은 부모를 찾아 어른의 도움 없이 낯선 땅으로 향합니다.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해 목표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애써 만든 종이집을 같이 짓밟으며 또 한 번 우리 어른들의 주거문제에 통쾌한 복수를 날립니다. 어른으로서 새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물려줄 망쳐버린 세계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옵니다.



윤가은 감독은 아주 특별한 감독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일상을 섬세하게 연출하는 감독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우리나라 유일한 작가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도 가장 어린 ‘유진’의 연기에 감탄했습니다. 윤가은 감독은 아이 연출보다 유아 연출의 대가입니다. ‘유진’의 모습을 보면 연기란 실생활의 연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감독이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영화의 스토리상 대본에 적혀서 익힌 대사를 내뱉는 순간들과 그냥 자기들끼리 재밌게 노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 잘 섞여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면 괜히 흐뭇해지고 상업 영화의 어떤 휘황찬란한 대사보다 마음 깊은 울림을 자아냅니다.


단편영화에서 빛을 본 감독들은 자신이 만든 영화들을 발판 삼아 상업 영화로 진출합니다. 하지만 윤가은 감독은 자기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과 비슷한 규모로 만들었습니다. 단편영화 <콩나물>, <손님>에서부터 이어온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는 윤가은 감독이 부디 충무로라는 허울의 덫에 걸려 제2의 어떤 추종자로 남지 않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작가감독으로서 세계무대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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