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와 오시마 나기사를 동시에 보게 됐다.
최근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던 오시마 나기사(1932~2013) 감독 특별전이 끝났다. 평소 좋아했지만 보기 어려웠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를 만날 기회였다. 일본의 거장 감독인 오시마 나기사는 일평생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 시대 일본의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매한 <태양의 묘지>(1960)는 일반 영화 문법에 몇 가지 실험을 한 감독의 초기작으로서 수작이었다. <일본의 밤과 안개>(1960)는 연극무대를 프레임으로 옮겨놓은 듯한 구조로 일본 사회의 문제를 까발려놓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이미 충격적인 작품으로 유명했던 <감각의 제국>(1976)은 성적인 묘사가 노골적이었고 현대영화의 노출 수위와 비교하자면 가히 포르노에 가까웠다. <열정의 제국>(1978)은 추악한 성욕을 향한 인간의 비참한 말로를 코믹하고 처절하게 그렸다.
70년대에 발표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성적 욕망은 사회의 암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감각의 제국>, <열정의 제국>. 비극적 엔딩을 가진 이 두 작품은 성욕을 쾌락의 제단 위에 세운다.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할 성적인 상상들을 그대로 영화로 구현해내는 오시마 나기사의 집요한 다큐멘터리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특히 <감각의 제국>에서는 성기를(물론 모형) 칼로 도려내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그 끔찍한 광경을 아주 가까이서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사건의 중심에 서 있게 한다. 그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자국의 시스템이 아니라 프랑스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는 일평생 에로티시즘을 탐구한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특별전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책을 도서관에서 다시 발견했다. 소설에 담긴 강박적 성행위, 동성애, 신체에 대한 집착 등을 탐미적 표현들은 충격과 흥미를 동시에 안겨줬다. 개인의 은밀한 영역이었던 성욕의 시작에서 도착점까지 향하는 인물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본다. 과장하자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문화와 사회의 많은 부분을 이해시켜주는 듯하다.
두 거장의 예술품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두고 감상하니, 또 최근에 벌어진 추악한 사건을 보니, 성욕과 집착은 꽤 다른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욕은 인간의 감각에 시초를 두고, 집착은 인간이 처한 상황에 초점을 두고 끌려온다. 성욕은 이해 가능한 행동을 야기하지만, 집착은 고정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인간에게 이해 불가능한 행동을 요구한다. 이야기 속 몇 명의 인물에게 성욕이 존재한다. 이것은 어떤 사건에 의해 삐뚤어진다. 사건에 성욕이 휘말리면 집착은 자연의 법칙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그 과정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이 수반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상상이 첨가돼 인간은 한순간 괴물이 된다. 괴물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단순히 필자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재미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