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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미 May 02. 2023

허풍선의 진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야산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가 발견한 풍선. 누가 묶어 놓고 갔을까.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이 꼭 발표를 하게 했다. 난 차례가 돌아오기 전부터 손발을 덜덜 떨었다. 목소리는 개미처럼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면 난 친구들의 배꼽을 순대처럼 뽑아내는 아주 재미있는 아이였다. 중학생 때는 매주 일요일 밤에 <개그콘서트>를 챙겨보면서 눈물 빠지게 웃고는 다음날 교실에서 코미디언의 자신감을 무기로 친구들을 웃겼다. 고등학생이 되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나를 진지한 인간으로 변화시켰다. 아니, 어쩌면 진실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던 때였을지도 모른다. 예민해서 쉽게 상처받는 성격의 방어기제가 더욱 단단히지던 시기였던 것이다. 그동안 친구들 사이에 어울리려고 철저히 투쟁을 했던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이테처럼 수많은 레이어를 두르고 시작한 사회생활은 인생에 큰 반향을 불러올 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쉬는 시간의 검투사는 삐죽 대며 뒷걸음질 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싱거운 폭소를 자아내는 소심쟁이가 되어 있었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난감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숨길 수 없는 긴장과 불안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비정상적인 치욕 버튼을 누른다. 충분히 성인의 범주에 도달한 나이임에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는 물음은 주제를 바꿔가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남보다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어딘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자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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