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항상 화를 품고 사는 우리 인간의 비밀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 앞에 서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경이 예민해진 사람들, 화를 잘 내게 된 사람들, 폭력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 보인다는 것. 이들은 어쩌면 예민한 사람이고 연약한 사람이다.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거나, 안 좋은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더욱 강렬히 자주 느끼는 상태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으리라.
최근 나의 상황에 빗대어 접근해 보며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사회와 사람과 거리를 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생활로 단단했던 마음은 점점 물러져간다는 것이다. 두꺼운 관계라는 끈은 홀로 두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풍화작용을 겪듯 점점 얇아져간다. 살짝만 건드려도 금방 끊어져버릴 듯한 상태가 된다. 상대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나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거미줄처럼 출렁인다. 유연하게 작동했던 마음의 시스템은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다. 방어본능 제로의 고립된 고철덩어리로 전락한다. 녹슬어가는 인간의 온몸 구석구석에는 이끼가 낀다. 걸어 잠근 문은 열릴 일이 적어지고 혼자만의 평화를 위해 최대한으로 발버둥 친다. 부스러지지 않기 위해, 썩어 들어가지 않기 위해. 자신이 품어오고 감추어온 것과 싸운다. 결국 원래의 모습을 잃고 하얗고 단단해 보이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꽁꽁 싸맨다. 그렇게 두부 인간이 된다.
모두가 한 때는 홀로 싸워야만 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두부가 된 것이겠지. 그렇게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화와 폭력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이 두부였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우습고 애처로워진다. 그러나 두부는 영양가가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기름에 튀겨먹으면 좋은 식감과 함께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청양고추와 마늘, 참기름과 간장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으면 그만한 밥반찬도 없다. 이제는 생생한 두부 인간과 맞닥뜨린 순간 새콤 달콤한 냄새가 물씬 풍길 거 같아 두려움이 덜 하다. 두부 인간이 되어가는 나 자신조차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