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를 벗어난 소
날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계란 노른자에 비벼 먹는 육회의 쫄깃하고 달달한 맛을 떠올리니 입에 음식을 넣기 전부터 군침이 돌았다. 비를 뚫고 들어간 음식점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와글와글 수다 떠는 소리에 덩달아 목소리를 키우니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육회에 맥주를 곁들여 마시고 음식점을 나왔다. 다음날까지 장마가 이어졌다. 주말이라 집안에 편히 앉아서 뉴스를 봤다. 뉴스는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상황을 연이어 보도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년 발생하는 재해에 한숨을 푹 쉬던 찰나 우사를 벗어난 소가 불어난 물 위를 헤엄치는 자료화면이 나왔다. 소는 자신을 부르는 주인을 등지고 어디론가 계속 헤엄치고 있었다. 자신의 털과 비슷한 누런색 물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죽음의 울타리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일까. 디딜 곳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일까. TV를 보며, 불어난 물 위를 헤엄치는 소를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속이 울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