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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마음을 여는 것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드는 힘

by 오묘미

바람이 거세게 불 때 문을 열기 어렵다. 평소와 달리 문은 아주 무겁다. 팔꿈치를 가슴 가까이 대고 온몸을 기울여 문을 민다. 살짝 열린 틈으로 웨이팅 중이던 바람이 몰아쳐 들어와 머리카락이 흐트러진다. 거센 바람은 끝없이 들이닥친다. 문은 열릴수록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대로 포기해버리면 어떨까. 그래도 이 문은 열어야 한다.


마음은 닫힌 문과 같아서 열기는 어렵지만, 틈이 벌어지는 순간 쌓여있는 마음과 감정이 쏟아져 나온다. 무르익은 홍시에 빨간 이빨 자국을 낸 듯, 거북알 아이스크림에 푹신한 포크 자국을 낸 듯. 그렇게 작은 구멍에서 마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무거운 문만 열어젖힌다면, 감정의 층위는 흐트러져 손잡이를 잡은 이에게로 기운다. 어차피 열어야 할 문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오히려 바람은 잦아든다. 손에서 놓은 문은 거칠게 닫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오히려 문밖은 평화롭다. 바람은 주변으로 흩어져 곳곳에 머물고, 공기의 냄새와 온도가 온몸을 감싸고 돌며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나이 든 이는 문을 힘껏 밀었다가 바람의 힘을 이용해 문을 당기며 쉽게 연다. 연륜의 힘과 기술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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