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탈리스트>를 보고 고전의 매력을 감지하다
3시간 45분의 긴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중간쯤에는 정말 인터미션 15분이 있다. 집에서 DVD로 고전영화를 볼 때 인터미션에 진입하면 스킵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영화관에서 처음 마주한 인터미션은 무척 기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와 영화관이 인터미션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인터미션은 고전 연극 무대에서 막의 전환과 연기자의 준비를 위해 존재했다고 한다. 고전 영화에서는 인터미션이 필름 교체뿐만 아니라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서사 구조를 구분하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현대의 영화는 대부분 디지털로 상영하기 때문에 인터미션이 필요치 않았으나, 상영시간이 긴 영화에 종종 인터미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예전에 긴 호흡의 연극을 보며 경험했던 인터미션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었다. 평소 하지 않던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도 극의 흐름을 놓칠 뻔한 순간이 많았기에 인터미션은 아주 적절하고 꼭 필요한 휴식 시간이었다. 밖에서 바람을 쐬며 같이 온 사람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비스킷이나 음료를 챙겨 먹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편의성을 높이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한 호흡으로 달리는 현대 연극 무대에도 인터미션이 적용되는데, 영화관에도 이를 적용하면 어떨까? 다만, 영화 상영시간은 극장 수익 구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쉽게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영화는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서 스토리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매력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되지 않는 듯하다. OTT의 생활화로 2시간 남짓의 영화는 지루하면 언제든 정지했다가 다음 날이고 일주일, 한 달 뒤고 다시 봐도 된다. 또한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집중력으로는 1시간 30분의 영화도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같이 나도 OTT와 숏폼콘텐츠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작품성, 예술성의 질적 하락이며 가치의 하락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물은 1시간짜리 7부작 시리즈도 관객들은 하루 만에 정주행 할 만큼 몰입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또 시리즈 드라마의 긴 분량이라는 특성은 캐릭터의 역사를 쌓아나가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2시간 남짓한 영화로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고전 영화들이 지녔던 강렬한 매력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만 같다. <대부>에서 느꼈던 강렬한 캐릭터와 서사의 감동! <허공으로의 질주>에서 느꼈던 뭉클한 감동! <E.T>가 선사한 거대한 영화적 상상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유쾌한 쾌감! 등등등! 요즘 이런 쾌감과 감동을 주는 영화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너무너무 슬프다.
<브루탈리스트>를 보며 다른 리뷰들처럼 나도 고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인터미션 때문만이 아니라, 이 영화는 ‘FILM’이라 불릴 만큼의 영화 고유의 본질적인 가치를 품고 있다고 느꼈다. 이런 감동을 위해서라면 나의 시간과 돈을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다. 감동과 여운을 주는 영화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바칠 수 있다! 3시간, 4시간 영화라도 내 소중한 연차를 쓰고 영화관에 출석해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