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기
안녕하세요,
저는 XX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Chilly Sky입니다.
귀사의 아이템을 보고 저도 꼭 귀사와 같은 혁신적인 회사에서 일원으로서 함께 일하고 싶어 연락드립니다.
무급으로 일해도 좋으니 인턴을 검토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나는 목표로 했던 스타트업에서 올려둔 공고 대신, 스타트업 홈페이지 하단의 이메일에 포트폴리오와 간이 이력서를 위 내용과 함께 전달했다. 그때당시는 '뭐 될 대로 되라지', '일단 밑져야 본전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체념할바에 뭐라도 하고 실패하는 게 낫지'라는 생각으로 메일을 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터무니없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나름 최선이었다고 생각도 한다.
물론 이번 경우 역시 패기만을 근거 삼아 메일을 넣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근거는 그녀의 인사이트였다. 일단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선배이기도 하고, 스타트업에 재직하고 있는 입장이었기도 해서 스타트업의 전반적인 상황과 분위기를 설명해 주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위와 같이 이메일을 보냈는데, 나의 패기가 마음에 들었었는지 운이 좋게도 약 2일 만에 면접제안이 왔고, 짧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내 인생 첫 취업면접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내게는 아무런 경력이나 이력이 없었다. 심지어 졸업조차 하지 않은 학생 신분이었다. 따라서 나름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래도 취업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덜컥 합격해 버렸다. 조건은 인턴 3개월 이후 평가를 진행하여 정규직 전환 조건이었으며 보직은 기계공학도로써 꿈꿔왔던 기구설계, 보수는 다른 대기업 친구들과 비할바가 못되었지만 나의 생각을 검증할 수 있고 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더불어 경기도에서 쭉 살아왔고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내게 서울생활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또한 상당히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가족, 여자친구와 함께 기분 좋은 소회를 풀다 보니 어느새 첫 출근날이 다가왔다. 이전까지는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시작점이었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쌓아 온 나의 지식과 경험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수험장이자 24년 만에 처음으로 나 자신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게 해주는 장마당이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발돋움해 나갈 수 있는 발구름판이었다.
출근한 지 4일이 지나고, 첫 전체회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마도 처음이라 많이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아직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았는데 내게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하지?', '드라마에서 보던 회의처럼 나도 미리 자료를 만들어놓아야 하는 건 아닌가?'와 같은 걱정들도 함께 따라왔다. 그렇게 회의를 진행하던 중 회의 말미에 그 당시의 대표님께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대표 : Chilly Sky 님, 회사 생활은 좀 어떠신가요? 사수가 잘 대해주나요?
Chilly Sky : 네! 아주 잘해주시고 아직 잘 모르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ㅎㅎ
대표 : 네 다행이네요 ㅎㅎ. 그러면 Chilly Sky 님, 그러면 사전에 공지했던 대로 장기자랑은 준비해오셨지요?
Chilly Sky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