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는 말했다. '30분에 1대는 끝내야돼요. 렌치 돌리는 법도 다시 배워야겠네요.'
그렇다. 스타트업에서 주어진 업무만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가 안일했던 것이다. 물론 주어진 일만 수행하기를 원하지도 않기는 했다. 그저 갑작스러웠을 뿐. 여하튼 사수가 나의 옆자리에 앉은 순간 제품을 생산하는 업무 또한 나의 업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설계와 생산 외에도 인증취득, 품질관리, 제품 CS 또한 나의 업무범위라는 것을 알게 된 때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였다.
그렇게 업무에 익숙해져 가며 인턴기간이 지나가 정규직으로 빠르게 전환되었고, 대학교 졸업을 마쳤으며 회사에서 받았던 나의 첫 번째 설계가 끝나가고 지속적인 CS와 생산, ISO 9001 취득, 후속설계와 같은 업무들을 처리하며 입사 후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어찌 보면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다양한 종류의 문제들을 해결해 왔고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습득했던 것 같다. 각 생산기법에 따른 장단점 및 한계점을 알게 되었고, ISO 9001을 통해 품질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으며 CS와 생산작업을 통해 현장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산업에서 사용되는 방폭과 같은 특수한 인증영역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경험함으로써 제조업이라는 업종이 움직이는 전체적인 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 명의 엔지니어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습득하기에는 스타트업만 한 곳이 없었다. 심지어 나는 그 당시 신입이었다. 어느 곳에서 신입에게 저런 다양한 업무들을 맡기겠는가.. 사람 한 명이 부족한 스타트업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1년 차 엔지니어로써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아져가고 회사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스쳐 지나가긴 했다.
'과연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