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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Apr 28. 2016

왜 사냐고 묻거든...

중년의 커피뽑기

6평 남짓 작은 가계에 앉아 밖을 보면 반쯤 선팅된 유리로 건너편 안경가게가 보입니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밖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낌니다.

답답할법도 한데 전 사람만나는 것도 좋고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자영업을 시작하며. 되니 않되니 해도 이걸 통해 아이들 키우고 이 나이에 일할곳이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합니다. 작은공간에 있다 보면 생각과 사고가 좁아질것 같아 손님들에게 쓸데 없는 질문들을 하길 좋아합니다. 어떤분은 호구조사하는것 싫어한다고 핀잔을 주는분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는데 단순히 돈만 받고 물건을 파는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2년전 처음 가계문을 열며 20년 가까이 한가지 일만하다 새로운일을 한다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요즘같이 젊은 사람들도 일 할 곳이 없어 힘든때 나같이 40대 후반의 중년이 당시 고2, 중2, 초5학년 세아이와 함께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막막했습니다. 마음이야 지금도 나이어린 상사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집에 놓고 성실하게 굽신거릴 각오가 되어 있지만 그러나 현실은 나같은 중년에게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킬만큼의 일도 돈도 주지 않는다는것을 알게되기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두어달 놀며 신체건강한 남자가 할 일 없이 노는것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았고 무엇보다 외로움이 컸습니다.

실패라면 실패라 할수 있는 모습을 하고 돌아온 아들을  가족들은 따뜻하게 맞아 주었습니다.

놀다보니 시간이 많아져 평소 연락도 하지 않던 동창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옛날 짤짤거리고 다닐때도 생각나고 참 그때가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은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내 처지를 들은 동창가운데 한 친구가 지인 가운데 대학가 근처에 카페를 냈는데 대박이 났다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을 듣는데 뭔가 나에게도 일이 생길수 있겠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당시 이사를하고 아이들 필요한것들과 전학한학교의 교복을 맞춰주고 내 수중에 있는 돈은 고작 몇개월의 생활비 정도였습니다. 요즘 먹고 살고 아이들 교육시키는데 돈이 좀 많이  듭니까! 부모님이 노후자금으로 챙겨놓으신 돈으로 지은지 20년가까이된 20평대 후반의 아파트를 얻어주시니 부모님도 가지고 계신 돈이 얼마 없었습니다.

남들은 이 나이면 부모님 용돈드리며 여행도 보내드린다는데 전 오히려 부모님의 노후를 갈아먹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자격증으로 취업을 하려 했지만 급여가 너무 작았습니다. 부모님께 친구의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어머님의 오랫동안 장사를하셨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장사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분이십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실때 장시간 기도하신후 결정하시면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결정하시는 스타일 이십니다.

추석이 다가와 어머님과 시장에 나가 장을 보았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짐을 들고 어머님을 쫓아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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