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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Jan 28. 2018

중년의 커피뽑기 68

왜 사냐고 묻거든! 족발을 먹으며...

요즘 같이 러시아보다 추운 날씨에 누가 커필 마시러 올까?

사람들은 추워지면 따뜻한 차를 더 잘 사먹을 것이라 생각 하지만 1월 2월은 우리가계가 현상유지 하기도 어려운 때입니다.


하루 종일 아침 8:30 부터 밤 10시까지

춘향이처럼 순결한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리다 문이 열리고 “어서오세요!” 했는데

“여기 김밥 팔아요!” 하면 김이 팍 샙니다.

속으로 “ 아니 어딜봐서 김밥집 같은데 눈이 삐었나?” 옆에 김밥집 간판을 떼던가 해야지! 혼자 중얼중얼 거리게 되네요.


추워도 너무 추워 손님이 없어 일찍 문닫고 들어갈까 하다가도 “그래도” 에 발목이 잡혀 버티게 됩니다. 장사가 그런가봅니다.

매출이 곤두박질 쳐 생활비라도 줄여야 겠다 생각하는데 둘째에게서 “톡이 왔습니다”

족발이 먹고 싶다며...

그럼 저는 이렇게 답을 하죠!

“귀한 맘 잘 간직하거라!”

그럼 둘째는 애교썩인 문자를 또 보냅니다.

“아잉 그래도 먹고싶어요!”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족발 대자가 35.000원! 그럼 하루 매출의 20%쯤 되네.

하다가도 “까짓것 애들 잘 먹이고 입히려고 하는 장산데 맨날 먹는것도 아니고!

“ 퇴근 할 때 사가마!”


전화로 주문을하고 집에가니 어라 주차할곳이 없네! 저희 아파트는 오래되 지하주차장이 없어요. 차를 돌려 옆 아파트 상가에 차를주차하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것을  참으며 집에 도착해 거실에 둘러 앉아 족발을 먹었습니다. tv를 껴넣고 먹다보니 애들 눈은 tv에 나오는 연예인에게 고정되 있어

눈 마주치기도 어렵네요.

동해가 존잘 이라니 슈즈가 요즘 다시 좋아졌다느니 귀에서 겉도는 소리만 하네요.


잠시 섭섭하다가 걍 넘어갑니다.

35.000원 짜리 족발 하나가 간만에 식탁에 둘러앉을 기회를 주었고 잘 먹고 즐거워 하는 애들보며 기쁘기도 하고요.

“내일 남은족발 먹을때 뼈에 붙은 살 잘 발라 먹고 뒷정리 잘하고!”

“당연하죠!”


세아이중에 자기의 필요를 당당히 말하는 둘째가 좋습니다. 자퇴를 해서 올 4월에 고등검정고시 시험 준비를 하는데 오랜 수포자여서 수학점수를 높이고 싶다고 수학과외를 받아야 겠다며 요구 할때도 잠시 속으로 놀랐지만 여기저기 수소문해 좋은 선생님을 만나 만족해 하며 수학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마침 막내도 수학과외가 필요하다 해서 세트로 하게 했습니다.

수학과외 선생님께 “애들이 잘 따라가느냐?” 묻고 싶은데 시작한지 얼마안되 괜히 참견하는것 같아 참았는데 몇일전 가계에 방문하셔서 아이들이 잘 하고 있고 우애가 깊고 예의 바르며 감사할 줄 안다고 말씀 하셔서 내가 보는것 하고 남이 보는것 하고 다르네! 라며 살짝 놀랐습니다.


그에 비해 큰딸은 무엇인가 요구할 때 목소리가 달라 집니다. “아~빠!” 그러면 전 속으로 “ 뭘 요구하는 전화군” 하죠.

수줍은듯 내는 목소리를 들으며 “ 내가 너무 큰딸에게 엄한가?” 생각합니다.

사실 큰딸은 저에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약간 고집이 세고 아빠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스타일이라 짜증유발자 입니다. 아빠가 집에 없을뗀 너가 아빠 몫까지 해야 한다 부탁했는데 무리한 부탁인건지 듣는둥 마는둥...



막내녀석은 요즘 아빠가 코감기에 걸려 코를 곤다며 이불을 싸들고 나가 쇼파에서 잡니다. 쇼파에서 자면 허리 아프다 했는데 그래도 그게 편하다네요. 처음 이사올때 딸들이 방 하나씩 쓰고 아들에게 방을 줘야 했는데 그때가 초등5학년이라 딸 둘에게 각방을 주고 아빠와 함께 방을 쓰는게 불편했나봅니다. 이제 중3이 되었으니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것도 사실인데 더 큰 집으로 이사가기 전까진 대안이 없으니 참고 살아야 합니다.


추워도 너무 추운 2018년의 1월 어느날!

그렇게 우리 네식구는 겨울밤에 족발야식을 즐기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아이들의 모든 요구와 필요에 온전히 답을 하면 좋지만 그렇치 못한것도 나쁜것만은 아니기에 때가 되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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