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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이야기를 하자

- <리어 해저드, 자궁이야기>를 읽고

by 오호라


30일 정도 주기로 그 존재를 나에게 고통스럽게 알려주는 장기, 자궁. 그 주먹만 한 것이 몸속에서 요동칠 때면 자궁을 떼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임신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공포로 느껴지던 ‘미혼’ 시기에도 자궁이라는 게 내 몸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임신을 바라고 있는 기혼자인데, 임신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또 자궁이 원망스럽다. 여성의 것이지만 여성을 대놓고 배제한 자궁(子宮)이라는 이름조차 싫다. ‘포胞(세포) 궁’이라고 부르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닌 관계로 지금은 자궁이라고 부르는 수밖에 없다.


자궁은 나를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걸까. 내 몸에 있는 장기 중에 이토록 싫어하고 원망해 본 건 자궁밖에 없는 듯하다. 나는 그래도 자궁을 이해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지니고 태어났으니 정말로 무슨 사유로 인해 떼어내지 않는 이상 데리고 살아야 하니. 그래서 도서관에서 ‘자궁이야기’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그 책의 목차만 보고 덥석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생리용품 앞을 서둘러 지나친 적이 있거나, 가장 얇은 최신 생리대 광고가 나올 때 끙 소리를 내며 채널을 황급히 돌려봤다면, 광고 속 생리대가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는 푸른색 합성 피를 흡수하는 것보다 훨씬 수치심과 오명을 잘 흡수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 자궁의 매달 반복되는 정상적인 생리 기능이 왜 난처하고 역겹고 완전히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책은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다. 당신에게는 월경을 할 때 자궁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이 나오는지, 그리고 당신이 감춰온 피가 어떻게 질병과 우리 몸, 그리고 우리 인생에 대한 이해를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하는 책이 필요하다.”


책의 서문부터 강렬하게 와닿았다. 내가 바라고 있던 책이라는 데에 동의가 되었다. 이 책은 전 생애, 전 세계, 여러 시대에 걸쳐 그야말로 광범위한 자궁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아 신생아에게도 모체의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월경이 있다는 현상부터, 1960년대부터 최근 2020년까지도 자행되었던 강제 불임수술, 월경과 임신, 출산에 관련된 미래 기술까지. (월경혈의 성분을 분석하여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탐폰이 개발 중이라고 한다. 임신을 완전히 ‘외주화’할 수도 있는 인공자궁 기술도 근미래에 실현가능할지도 모른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책의 말미에 저자는 묻는다.

”자궁을 갖는 것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 기관을 설명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자궁이 당신에게 주는 것이 기쁨인가, 고통인가, 아니면 자궁 자체를 이루는 근섬유처럼 촘촘히 짜인, 기쁨과 고통의 복잡한 그물망인가? 당신은 자궁의 기능과 기능 장애, 자궁이 매달 그리고 출생에서 죽음까지 거치는 단계와 주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

인간은 모두 자궁에서 태어난 존재이기에 자궁에 대해 모두가 더 많이 알아야만 한다. 내가 원망하고 미워했던 자궁이지만 결국 나를 세상에 있게 만든 존재. 모든 일은 자궁의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그만 미워하고 그만 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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