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은 어때요? 뭐가 달라요?”
결혼 후 달라진 것들
사람들이 결혼 후 달라진 것들에 대해 묻는다. 이 질문은 결혼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결혼 전에 1년 넘게 동거를 하고 있던 나는 결혼 때문에 달라진 부분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딱히 달라진 건 없는데?’라고 대답하고 다니다가 최근이 되어서야 몇 가지를 떠올렸다.
첫 번째는 그런 질문을 받는다는 점이다. 내 주변의 이들이 내 신변잡기에 대해 물을 때 가장 만만한 이슈가 ‘결혼 이후의 삶’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들 물으니 나도 굳이 또 이렇게 생각하고 글을 써보고 있지 않은가. 이게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다. ‘비혼 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정체성이 전환되어, 이 그룹의 성격이 어떠한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
두 번째는 가족과 관련해서 신경 쓸 일이 늘었다는 점이다. 부모님이 둘에서 넷으로, 형제자매가 하나에서 둘로, 형제자매의 파트너와 그들의 자녀들까지 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모님 피셜 ‘이제는 형제자매가 하나씩밖에 없으니까 더욱더 챙겨야 하지 않겠냐’는 명목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늘었다. 결혼 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우리 부모님의 생신도 더욱 챙겨야 하는 날이 되었다. 양가를 공평하게 안 챙기기보다 공평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은근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
또한 양가 부모님께 남편이 듣는 말과 내가 듣는 말에 차이가 있다고 느껴진다. 결혼 전에는 언제 결혼하냐 정도를 물었다면 이제 더욱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이 생긴다. 역시 결혼 전이 나았다. 뭐, 결혼을 통해서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더 피곤해질 거라는 건 결혼해본 적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 일단은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시부모님께 잘하라는 얘기를 통화할 때마다 하신다. 또 늘 밥은 잘 차려 먹냐 묻고, 오늘은 뭘 먹었냐 묻는다. 그리고 술 같은 거 마시지 말라고(담배는 원래 안 하니까) 하신다. (속뜻은 아기를 가질지도 모르니까.) 나와 관련된 부모님의 관심사가 오로지 가사와 미래의 가족계획이다. 아마도 아이를 가진다면 아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간섭들도 많이 생기겠지.
그에 반해 내가 느끼기에 남편은 부모님과 통화할 때, 결혼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 얘기와 건강 이야기 가족행사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된 대화 주제다. 나와는 다른 것 같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오히려 시부모님과 통화하는 일이 (적어도 지금은) 우리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다. 결혼한 지 이제 석달이 된 나는 아직까지 시부모님께 직접 전화를 건 적이 없고, 남편에게 전화한 다음 스피커폰으로 함께 통화하는 방식으로만 연락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부모님은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시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 직설적인 우리 부모님과는 달리 통화할 때 다짜고짜 밥은 잘 ‘차려주냐’, 애는 언제 가질 거냐 물어보신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이렇게 적당히 서로 예의를 차리는 가족관계가 편한 사이다.
집안일은 집안의 구성원이 하나에서 둘이 되면 이분의 일씩 부담하면 될 것 같았는데, 줄어든 것은 체감상 모르겠고 늘어난 것만 같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혼자 살 때도 늘 해오던 것이었지만, 2인분이 되었으니 빨래도 2인분, 설거지도 2인분, 청소도 2배 더 자주 해야 하는 것 같다. 남편도 같이하기는 하지만, 거의 늘 정시에 퇴근하고 상대적으로 직장과의 거리가 가까운 내가 적어도 한두 시간은 집에 더 빨리 오는 탓에 저녁 준비와 장보기, 생필품 채워 넣기를 보통 내가 한다. 더러움에 조금 더 민감한 것도 나여서 내가 더 자주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 밀대를 밀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남편은 주로 설거지와 빨래 개기를 담당한다.
약간은 그런 생각도 한다. 집에서 더 많은 일을 맡음으로써 가계에 기여하는 바를 상쇄시키려고 하는 거 아닌가. 정량적으로 계산하여 내가 얼마를 벌었고 남편이 얼마를 벌었으니 누군가가 집안일을 더 하고, 덜하고 - 그런 게 과연 평등한가. 스스로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나는 어느새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차라리 내가 일을 그만두고 완전히 전업주부가 되어 가사와 가사 외적인 일을 분리하여 담당하는 게 더 나을까 싶다가도 모르겠다. 기혼여성으로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하루하루다.